인간의 광기를 경험하라!
'마더'의 정체는...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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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이렇다.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이들을 선뜻 받아들이고, 더 많은 손님이 집을 찾아와 무례하게 행동한다. 불안한 아내 마더(제니퍼 로렌스)는 손님들을 내보내려 하지만 남편은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며 그들을 거둔다.
남편은 어떤 존재일까. 아내의 불안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 기독교적 은유, 지구의 탄생 등 영화에 대해 여러 해석이 오가자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성경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상했고, 마더는 대자연을 뜻한다. 하지만 관객이 의미를 찾을 때 느낄 재미를 위해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애매모호함 때문에 ‘마더!’는 사전 정보가 없어도, 조금 알고 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 선에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마더!’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당신이 볼 영화 ‘마더!’는 상상 그 이상일 테니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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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빈집에서 닷새 동안 홀로 신열을 앓으면서 ‘마더!’ 초고를 써내려 갔다. 매일 매초 보게 되는 뉴스 헤드라인 기사, 온종일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 소리,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맨해튼 중심가에 가져다준 암흑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그래서 영화는 스릴러 장르에 걸맞을 만큼 긴장감과 으스스함, 불편함이 공존한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마더!’ 시사를 일주일 앞두고, “지금은 살아있기에 너무 가혹한 시대다”로 시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치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면 꽤 압박을 받게 될 거란 걸 예상했다는 듯이 말이다. 대략적인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구 상에서 여러 생명체가 전에 없던 빠르기로 멸종되는 걸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볼 만큼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중략)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해하려 해봐도 너무 어이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들을 마주하게 된다. 남아메리카에선 여행객들이 해변으로 밀려 올라온 아기 돌고래 사진을 서로 찍으려고 하다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략)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종으로서의 인간 운명은 이제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이 세계가 맞닥뜨릴 위기를 모른 체하며 살아가고 있다.”
(중략)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해하려 해봐도 너무 어이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들을 마주하게 된다. 남아메리카에선 여행객들이 해변으로 밀려 올라온 아기 돌고래 사진을 서로 찍으려고 하다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략)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종으로서의 인간 운명은 이제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이 세계가 맞닥뜨릴 위기를 모른 체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그건 영화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환경문제의 두려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M235_마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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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성을 탈피한 준비 작업
」M235-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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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초벌 원고가 쓰여 지고,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2006)과 ‘노아’(2014)를 함께 한 프로듀서 아리 핸델, ‘블랙 스완’(2010)의 프로듀서 스코트 프랭크린과 함께 시나리오를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캐스팅이 완료되자 영화 제작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 무렵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벌였다. 바로 뉴욕 브루클린 외곽 창고에서 세 달간 리허설을 진행한 것.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실제 촬영 장소가 될 주택의 실측도를 바닥에 붙여놓고, 그와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을 같이 하는 촬영 감독 매튜 리바티크와 함께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테스트 버전 촬영을 마쳤다. 리허설 공간에는 벽이라고 할 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바닥에 붙여놓은 테이프가 실제 촬영 장소에서 나뉠 구역을 표시해 주는 수단의 전부였다고.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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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철저한 리허설 기간이 필요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마더의 시각에서 영화를 찍기 원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찍는 건 기본적으로 딱 세 개다. 마더의 얼굴, 마더의 어깨 그 너머, 아니면 마더의 눈에 비치는 주위 모습. 그게 무엇이든 카메라는 계속 마더에게 착 달라붙어서 그녀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간다. 121분의 러닝 타임 중에서 66분이 마더의 클로즈업 숏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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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주인공 ‘집’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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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에서 집이라는 공간이 흥미로운 건 주인공 마더가 단 한 순간도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 집이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의 실질적 구조나 원리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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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리허설 공간에서 모든 걸 상상해서 연기해야 했던 배우들에게 실제 세트장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을 터. 특히 로렌스는 “세트장에 들어서자 마더와 혼혈일치가 된 듯 모든 것이 저절로 되었다”고 말했다. 마더와 집이 하나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로렌스는 영화 내내 맨발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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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깨알 트리비아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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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원래 제목은 ‘여섯째 날(Day six)’이었다. 성경에서 세상을 창조한 지 6일째 되는 날을 참고하면 영화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현장에선 모두 영화를 ‘Day six’로 불렀다.
●제니퍼 로렌스는 ‘마더!’의 시나리오를 읽고, 충격을 받아 방 바닥에 집어던졌다고. 하지만 결국 출연이 예정됐던 멜로 영화 ‘로지 프로젝트’(2019년 개봉 예정,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서 하차하고 ‘마더!’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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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엔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고 기묘한 사운드만 들린다. 유일한 음악은 엔딩크레닛이 올라갈 때 나오는데, 패티 스미스가 부른 스키터 데이비스의 The End of the World (세상의 종말)다. 들어보면 가사가 영화 내용과 굉장히 잘 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태양은 계속 빛날까요? 왜 파도는 해변으로 계속 몰아칠까요? 모르나 봐요. 세상의 끝이라는 걸.
당신이 이제는 절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세상은 끝났어요. 제가 당신의 사랑을 잃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왜 모든것이 변함이 없을까요?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이 이제는 절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세상은 끝났어요. 제가 당신의 사랑을 잃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왜 모든것이 변함이 없을까요? 이해할 수 없어요.’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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