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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창간 기획-용산의 미래](1)다시 올 100년도 용산공원을 누더기로 두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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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받는 미군기지의 오늘과 내일, 기대와 희망보다 걱정과 의문

일왕 기리는 일본 쇼와공원·환경 피해 필리핀 수빅은 ‘잘못된 선례’

독일 템펠호프공항처럼 시민·지자체·정부가 긴 호흡으로 답 찾아야

“후손들에게 분단된 국가공원을 남겨주시겠습니까.”

누더기, 반쪽, 미완의 땅…. 이미 우려 섞인 별명이 붙기 시작한 ‘미래의 용산공원’이 분단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1880년대 청나라 군대의 진주, 더 멀리는 13세기 말 몽골군 병참기지, 가깝게는 110년 전부터 일본군과 미군이 주둔한 용산미군기지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외세로부터 반환받는 용산미군기지의 오늘과 내일은 기대와 희망보다 걱정과 의문으로 가득하다.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제대로 된 공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 불투명한 까닭이다. 기지 내 잔류시설, 유류오염, 공원조성계획. 지금까지 이뤄진 대부분의 결정과 정보 공개에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배제되거나 소외돼왔다.

현재 한·미가 협의한 계획대로라면, 알박기식으로 잔류할 미국 대사관과 한미연합사, 헬기장, 드래곤힐호텔, 국방부 등은 용산을 온전한 시민공원으로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기지 어느 곳이 얼마나 어떤 유해물질로 오염돼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한국 정부는 3차례의 미군기지 내부 조사 결과를 봉해오다 시민단체에 패소한 뒤 A4 한 장의 요약 설명서를 내놓았고, 그 후에도 오염된 관정 위치는 미군의 반대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용산 기지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소를 달고 미군이 마음대로 사용해온 ‘금단의 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향신문은 창간 71주년을 맞아 ‘해외에서 반환된 미군기지들’의 겉과 속을 들여다봤다. 그 답사와 견줘 봐도 용산의 미래는 어둡고 답답하다. 군과 정부기관의 사용면적이 더 넓고, 전범인 쇼와 일왕을 기리는 ‘잘못된 공원’으로 변한 일본 도쿄 다치카와의 쇼와기념공원은 답습해선 안될 타산지석이다. 여전히 미군이 주둔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오키나와, 미군이 떠난 뒤에도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필리핀 수빅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용산이 빠져들 함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대로 반환받은 미군기지에 지자체가 세운 개발계획을 시민들이 막아내고, 긴 시간 온전한 공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공항 사례는 용산에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음을 증명한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도 귀를 열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현재로선 용산공원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오랜 시간 담으로 둘러싸였던 용산 기지에는 조선시대나 그 이전부터 존재한 문화재, 세계사적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제·미군의 기념물과 시설도 흩어져 있다. 공원 조성을 위한 유류오염 조사 및 정화와 함께 문화재 조사·보존·활용 작업도 수십년의 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는 용산이 한국 사회에 오히려 축복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세대를 넘겨 진행하고 미래세대에 선물로 남겨주는 첫 국책사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용산의 재구성과 미래는 대한민국의 가치와 미래를 담고 있다. 언젠가 만들어질 용산공원은 현재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다시 묻는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지난 3월부터 일곱 달 동안 품어온 질문이기도 하다. “다시 올 100년도 용산공원을 그대로 누더기로 두시렵니까.”

<특별취재팀 | 김기범·최민지·허진무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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