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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 최저임금법 위반 처벌 1% 미만…고용부, 징벌적 손배제·명단공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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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징벌적 손배제·명단공개·신용제재 추진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명단 공개, 신용제재 등의 방식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5년 간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적발하고도 1%에게만 사법조치를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상승하게 되면 위반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 당국이 제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 2012~2016년 최저임금법 위반 2만건…사법처리 1%도 안돼

25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경기도 의왕시과천시)에 제출한 '최저임금 위반 현황 및 조치결과' 자료를 보면 정부가 2012~2016년 9만3678개 업체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2만33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이중 사법처리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0.5%인 92건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법 제6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제11조는 최저임금을 근로자가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그 외 적당한 방법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다. 6조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11조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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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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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경우 정부가 최저임금 위반을 적발한 904건 중에서 5.9%인 51건만 사법 처리를 했다. 과태료는 한 건도 없다. 나머지에 대해선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시정조치란 근로감독관이 사업주에 최저임금 미만액을 지급하도록 하면, 사업주가 즉시 임금을 시정하는 조치를 말한다. 사업주가 시정조치가 이뤄졌다고 고용부에 문서로 증명하면 고용부는 이를 행정종결 한다.

시정조치 관행 때문에 그동안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 대부분이 사법처리나 과태료 처분을 피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적발건수 2058건 중에서 1.1%인 22건에 대해서만 사법처리, 과태료 조치가 이뤄졌다. 올해를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도 처벌 비율이 2%를 넘은 적이 없었다.

최저임금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사법 처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감독한 결과 최저임금법 6조를 두 차례 위반한 사업장 14곳의 위반건수는 29건이었다. 이중 사법처리가 된 건 2건(6.9%)에 불과했다. 과태료 처분은 한 건도 부과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영국은 최저임금 위반 고용주에게 15년 동안 고용 자격을 박탈하기도 하고 독일은 최대 50만 유로(약 6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급증…고용부 "징벌적 손배제·명단공개 추진"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최저임금법 위반신고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8월 기준으로 고용부에 24만6550건이 접수됐다. 신고건수는 2011년 30만3229건, 2012년 32만582건, 2013년 32만9261건, 2014년 33만1370건, 2015년 34만1704건, 2016년 36만3291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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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올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3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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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올해 3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이 작년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 분석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수는 2010년 206만명에서 2014년 243만명, 2016년 280만명으로 급증했다.

한은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수의 증가에도 법규위반 적발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최저임금 준수 유인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법규위반 적발 건수는 2013년 6081건, 2014년 1645건, 2015년 1502건으로 매년 들쑥날쑥 하다.

정부가 임기 내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하면서, 법 위반건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고용부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책임 경중에 따라 즉시 사법처리를 하는 등 관련 규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전담근로감독관을 지정하고 취약업종을 대상으로는 기초 고용질서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신설하고 미이행 사업주에 대한 명단공개, 신용제재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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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미이행 사업주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현재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많지 않다"면서 "장관이 되면 체불된 임금을 정부가 우선 지급하고 정부가 나중에 기업주로부터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현 의원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임에도 적발 때 대부분 시정조치가 이뤄져 '걸려도 그만'이라는 식의 노동경시 풍토가 발생하기 쉽다"면서 "정부는 상습·반복적 법령 위반 사업주는 일벌백계하고 최저임금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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