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근육통은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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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모(37)씨는 어깨와 목 통증을 달고 산다. 누군가 근육이 뭉친 것 같아 풀어주려고 누르면 깜짝 놀랄 만큼 아파한다. 어깨와 목만 아픈 건 아니다. 때때로 두통과 손 저림 증상을 토로한다. 특히 개학·운동회·현장학습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아예 목을 좌우로 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혹시 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돼 검사를 받아 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통증의 원인은 다름 아닌 근육이었다.
스트레스는 근육의 긴장도를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근육이 긴장하면 근육 내 미세혈관이 수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근육세포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근육 주변의 혈류량이 감소한다. 결국 근육세포가 산소 부족 상태에 빠져 원활한 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나쁜 대사물질이 그대로 쌓여 근육에 상처를 낸다. 이때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흉터가 생기는데, 이것이 통증의 근원인 ‘통증유발점’이다.
통증유발점이 생기면 근섬유 길이가 짧아지고 근육이 가진 유연성과 근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양대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심재항 교수는 “뒷목부터 등까지 길게 자리한 승모근, 목에 비스듬히 위치한 흉쇄유돌근, 얼굴에 분포한 안면근, 허리 쪽에서 척추를 지지하는 요방형근이 스트레스에 특히 취약한 근육”이라고 말했다.
딱딱한 띠 모양 근육에 통증유발점
문제는 통증이 3개월 이상 이어질 때다. 통증유발점에서 만들어진 통증 신호는 중추신경계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통증이 만성화하면 통증 신호를 나르는 신경뿐 아니라 주변 신경까지 예민해진다. 그러면 근육은 계속 긴장 상태에 놓여 유발점 수가 늘어나고 통증은 더 심해진다. 통증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심재항 교수는 “통증유발점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중추신경계가 다시 근육의 긴장을 유발한다”며 “이때 교감신경계도 자극을 받아 혈관 수축, 현기증, 이명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까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것은 만성 통증을 방치할 경우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증 자체가 스트레스 시스템을 작동시켜 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만성 통증(요통)을 앓고 있는 환자 26명과 통증이 없는 사람 26명의 뇌 조직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만성 통증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의 회백질 용적이 11%나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통해 뇌의 회백질이 이 정도로 위축되려면 10~20년이 걸린다. 뇌 회백질은 정보 처리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퇴화한다. 또 이들은 만성 통증을 앓은 기간 동안 뇌의 용적이 매년 약 1.3㎤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 통증을 오래 앓을수록 회백질 용적의 감소 폭이 컸다.
스트레칭·반신욕으로 근육 풀어야
이 방법으로도 통증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근육에서 발생한 통증은 MRI·CT 등 영상검사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 의사가 직접 만져서 통증유발점을 찾아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주사요법을 많이 권한다. 통증유발점에 국소마취제·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주사하면 딱딱해진 근육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그러나 만성 통증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호전되더라도 재발하기 쉽다. 평소에 근육 이완 운동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최 교수는 “뚜렷한 질환이 있어 근육에 통증이 유발됐을 때는 동반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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