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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진희의 날씨 레터] 알 수 없는 태풍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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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탈림' 하루 새 진로 바뀌어… 비껴가도 피해 입을 수 있어요

조선일보

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몇 시간째 쓰던 감성적인 글을 접고 다시 새 문서 창을 열었습니다. 태풍 '탈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사이 진로가 조금씩 바뀌더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주 초반만 해도 대만을 지나 중국에서 소멸될 것으로 예측됐는데, 지금은 일본 열도를 향하고 있습니다.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내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막상 힘을 못 써서 동쪽으로 방향이 틀어진 겁니다. 일본 쪽을 향하다보니 우리나라에도 간접 영향을 주게 됐어요. 제주도와 남해안, 동해안에 강풍과 폭우가 예상되고 각 해상에는 물결이 6m 이상 높게 일겠습니다. 어제는 제주 먼바다에 태풍특보, 제주와 동·남해안에 강풍특보가 발표됐고 오늘 오후에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고요.

최고 150㎜의 비, 순간풍속 초속 30m 이상의 강풍이면 태풍이 북상하는 것 못지않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죠. '탈림'이 최근 미국 플로리다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와 세력이 비슷하게 성장해 더 긴장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열대저기압이 세계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네요.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에, 태풍 '하토'는 홍콩에, 8월 초에는 태풍 '노루'가 일본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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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태풍이 육지에 가까워지면 수증기 공급도 줄어들어 서서히 약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태풍들은 상륙을 해도 기세가 강력했지요.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태풍에 더 많은 수증기가 공급돼 훨씬 강해진 겁니다.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하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으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는 철저한 대비를 당부 드립니다. 태풍의 영향은 아니었지만 지난 월요일 부산의 집중호우 피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또 부산 쪽으로 폭우가 예상돼 걱정입니다. 대비했다가 막상 약화되면 다행이지요. 저 역시 하루 만에 양상이 바뀔까봐 날씨레터로 태풍 예보 전하기를 주저했지만, 피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새롭게 글을 썼습니다. 아무쪼록 무사한 주말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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