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보리 대북 결의가 나온 지 3일 만에 도발을 감행한 김정은은 원유공급 전면 차단을 막은 중국과 러시아의 ‘성의’도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다. “끝을 볼 때까지 더 빨리 가겠다”는 협박대로 ‘핵폭주’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수해온 ‘대화와 제재 병행’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이 도발해 올 경우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도 취임 후 가장 강경한 대북 메시지다. 하지만 북핵에 맞설 어떤 힘과 방책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핵단추를 손에 쥔 김정은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바라보고 있다. 군 당국은 어제 “원점타격으로 초토화하겠다”는 각오로 북의 미사일 기습 발사 6분 만에 사거리 300km의 현무-2A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지만 한 발은 몇 초 만에 맥없이 추락했다. 응징 능력은커녕 유사시 북핵과 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킬체인’에 동원될 군 핵심 전력의 구멍이 우려된다. 전술핵 재배치 찬성 여론이 높아가는 것도 ‘마지막 수단’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력감의 반영이라는 것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전날 오전 북의 도발 징후를 보고받고 북이 도발하면 즉각 현무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사전 지시한 상황에서 오후 2시 CNN과 인터뷰 때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북한 핵개발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유화 발언을 쏟아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통일부도 도발 임박 사실을 인지하고도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미사일 도발 이후에도 “예정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어제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대북 지원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이 핵보유국 문턱을 넘어서는데 정부는 해묵은 ‘대화 프레임’을 고수한다면 국민들의 안보 불신을 고착화해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약속한 ‘국민 공감대 위에서 펼치는 안보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대통령은 어제 “국민들께서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믿고 흔들림 없이 생업에 종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들이 이 말을 신뢰할 수 있도록 대통령부터 이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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