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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허리케인 ‘어마’ 상륙…플로리다에 ‘4.5m 해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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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일 오전 8시께 ‘어마의 눈’ 플로리다 키스 상륙

예상보다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탬파 등 발등의 불

강력한 폭풍해일 견딜 수 있는 ‘안전 가옥’ 태부족

상륙도 전 38만가구 정전…주지사 “어마는 살인자”



“바람이 느려졌다고 폭풍이 끝났다 생각하지 마라. 폭풍해일이 들이닥쳐 당신을 죽일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주민들을 향해 연일 초고강도 ‘어마 경고’를 보내고 있는 릭 스콧 주지사가 이번에는 최대 높이 15피트(약 4.5m)의 폭풍해일로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일 밤(현지시각) 쿠바를 거친 허리케인 ‘어마’가 한때 카테고리 3으로 약화됐으나 다시 카테고리 4로 위력을 키웠고 미국 본토에 강력한 폭풍해일을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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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기상청은 시간당 최대 풍속 130마일(약 210㎞)의 어마가 10일 오전 8시에는 플로리다반도 남쪽의 산호섬 제도인 플로리다키스에 상륙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어마의 눈’이 이날 오후부터 플로리다 서부 해안 쪽을 타고 북상하리라 전망했다. 마이애미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린 가운데 플로리다주에서는 태풍이 본격 상륙도 하기 전에 38만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어마가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앨라배마주는 물론 중서부 미주리주,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까지 영향을 미치리라 관측되면서, 10일 밤까지 최소 3600만명이 허리케인 경고 대상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례 연설에서 “폭풍의 진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말고 정부와 법집행기관의 권고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630여만명의 플로리다 주민한테 강제 대피령을 내린 스콧 주지사는 9일 저녁 브리핑에서 “만일 당신이 대피 명령을 받았다면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 이게 당신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고 재차 압박했다. 그는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어마를 “살인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브록 롱 연방재난관리청장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그는 아직 대피하지 않은 키스제도 주민들과 관련해 <시엔엔>에 “키스 안에 안전지대란 없다”며 목숨을 책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에는 카리브해 섬과 달리 강력한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이 많다. 하지만 폭풍해일 경고를 받은 서부 해안가 주민들을 모두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390개 이상의 보호시설이 마련돼 다른 주로 떠나지 못한 7만2000명가량이 간단한 귀중품과 침구류, 반려동물만 챙긴 채 머물고 있다.

어마가 애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뒤늦게 대피 불똥이 튄 주들도 혼비백산하고 있다. <시엔엔> 기상담당 차드 메이어스는 “중부 플로리다, 탬파, 포트마이어스, 네이플스에서 키웨스트 쪽까지 매우 파괴적인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로리다주 콜리어 카운티의 네이플스에는 8일과 9일에 마지막 대피령이 떨어졌다. 이 지역 20여개 보호시설은 9일 오후 발디딜 틈 없이 이재민들로 꽉 들어찼다. 부랴부랴 2개 시설을 더 개방했지만 저지대 1층에 사는 주민들을 수용하기에도 부족하다. 당국자들은 2층 집에 사는 주민은 일단 집에 머물라고 당부하는 상황이다. 한 경찰관은 <뉴욕 타임스>에 “(네이플스는) 36시간 전처럼 (계속)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전역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어마’의 피해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건 카리브해에서 이미 재앙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카리브해 여러 섬에서 현재까지 최소 25명이 숨졌고, ‘관광 천국’이었던 섬들은 ‘어마 지옥’으로 변했다. 미국 본토의 코앞인 쿠바의 시에고 데 아빌라에서도 풍속 측정 기구가 부서질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불었다. 쿠바 기상당국은 파도 높이가 최대 23피트(7m)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어마의 뒤를 이어 카테고리 4 허리케인 ‘호세’가 카리브해 섬을 향해 진행하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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