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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한겨레 사설] 기본급 1%씩 모아 상생기금 만드는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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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에스케이(SK)그룹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물가 연동 임금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또 노사가 기본급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각 출연해 협력사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활동에 쓰기로 했다. 퇴직 때까지 연차에 따라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기존의 임금체계도 고쳐서, 자녀 육아와 교육이 집중되는 시기에 임금 상승률을 높게 하기로 했다. 세 가지 내용 모두 기존 관행을 크게 깬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그 의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통계청이 집계한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맞춰 임금을 올린다. 물론 전년도에 비해 평균 2.7%가량 오르는 호봉 승급은 이와 별개로 이뤄진다. 임금-물가 연동제는 노사 간 임금 협상을 둘러싼 갈등에 힘을 허비할 소지를 없앴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다.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은 것이다. 다만, 인상률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같게 한 것까지 다른 기업들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원의 평균 연봉이 7100만원으로 임금 수준이 높고, 정유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어 있기에 실질임금을 동결하는 합의를 했다고 본다.

노사가 공동으로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문화를 제도화한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액수의 기부금을 내서 기금을 만든다고 한다. 10월부터 적립하는 이 기금은 협력업체 구성원의 복지 향상과 소외계층 지원 등 사회 공헌에 활용한다. 이 정도 기금으로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겠지만,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회사 정관의 경영철학을 실천에 옮기는 모습은 보기 좋다.

바뀌는 임금체계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으나 노동자의 역량과 생산성 향상도,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차별 상승폭을 조절한다고 한다. 임금이 최고치에 이르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회사 쪽은 ‘확장된 형태의 임금피크제’라고 설명한다. 자동적인 호봉 승급으로 임금 수준이 크게 높아진 고령 노동자들은 생산성이 떨어질 경우 강한 퇴출 압력을 받는다. 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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