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나이를 끌어올린 인물은 1788년 <자연사>를 펴낸 프랑스 박물학자 콩트 드 뷔퐁이다. 그는 지구가 태양에서 떨어져 나와 형성됐으니 냉각에 걸린 시간이 지구 나이라고 생각했다. 벌겋게 달군 쇠구슬이 식는 데 걸린 시간을 응용해 지구 나이를 측정했다. 7만5천살이었다.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일축됐지만 성경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 나이를 계산하려는 시도 자체가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클레어 패터슨은 운석 나이를 측정하면 지구 나이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53년, 운석에서 얻어낸 실험자료를 토대로 얻어낸 지구 나이는 45.50억살이었다. 지금도 과학자들에게 대체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2007년 창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고 개탄했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최근까지 이사로 재직하던 창조과학회는 지구 나이를 6천~1만살 안팎이라고 신봉한다.
11일 국회에서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혹시 ‘지구 나이를 몇 살로 보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그가 장관이 되어 ‘진화론 노예’들을 배척하고 ‘창조론 전사’들을 배치하는 데 인사권을 휘두른다면?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이다.
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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