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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 일자리 창출 효과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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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정규직화의 그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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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드라이브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인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 9919명 가운데 진정한 일자리 창출은 연말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신규 채용하는 3600명 정도다. 나머지 환경미화원과 셔틀버스 운전기사 등 6300명은 민간 부문 근로자가 공공 부문 근로자로 명함만 바뀌지 일자리 총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천공항 협력업체 대표는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노동 존중 사회, 고용 안정, 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밑돌 빼서 윗돌 괸다'는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관련 법까지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공사로 인력을 빼가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매출의 90%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내고 있는 A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B씨는 "인천공항공사 등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요즘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정보시스템 개발·운영·컨설팅을 주 업무로 하는 A사에서 직원 70명이 연매출 60억원 정도를 낸다. 거래처 8곳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 3곳. 이곳에 12명의 직원을 파견해 정보시스템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해당 공공기관이 자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인력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B씨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만들어 대기업 참여를 못하게 하면서까지 중소·중견기업 육성 의지를 내비친 새 정부가 갑자기 인력을 빼내가겠다고 하면 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중소 정보기술(IT) 업계의 분노는 지난 7월 정부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공공기관에 파견된 관련 직원들 이직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법령·정책 등에 의해 중소기업 진흥이 장려되는 경우, 민간의 고도 전문성과 시설·장비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을 포함한 상당수의 공공기관은 이런 직원에 대해서도 무차별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인천공항은 정보통신 관련 분야 9개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10개사 소속 근로자 702명(제2여객터미널 근무자 포함)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 올려놓았다.

업계는 공공기관들이 예외규정을 무시하면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정보통신사업진흥법, 방사선 및 방사선 동위원소 이용진흥법, 콘텐츠산업 진흥법 등에 따라 추진 중인 강소기업 육성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 IT 서비스 기업들 불만 목소리가 높다.

한 업체 관계자는 "IT는 5~10년 주기로 변화하고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면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아웃소싱이 답"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관련 업무를 직영하면 기술 난이도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 IT 업계의 요구는 단순하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던 정부가 정규직인 우리 직원들까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삼아 불안감이 높다"며 "IT 아웃소싱은 정규직 전환 예외조건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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