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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리 '처벌 불원' 합의해놓고 '맞짱' 뜨다 사망…법원, 피고에 징역4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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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미리 ‘처벌 불원(不願)’ 합의서를 작성한 뒤 주먹다짐을 벌이다 그 중 한명이 숨지게 된 사건와 관련, 법원이 피고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의 한 사우나에서 숙식해 온 A씨는 지난 3월 초 사우나 종업원과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를 본 손님 B(61)씨는 A씨가 10살 이상 연상인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해 언쟁에 끼어들었고, 이 다툼은 A씨와 B씨의 싸움으로 번졌다.

감정이 격앙된 A씨와 B씨는 이른바 ‘맞짱’을 뜨기로 약속하고, 서로의 폭력 행사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미리 썼다.

이후 사우나 앞 골목길에서 주먹다짐을 시작했는데, 싸움은 2분 만에 A씨의 완승으로 끝났다. 턱을 가격당한 B씨는 바닥에 쓰러졌고, A씨는 쓰러진 B씨를 그대로 놔둔 채 다시 사우나로 들어갔다.

하지만 B씨는 몸을 추스린 뒤 집으로 가다가 다시 길에 쓰러졌고, 결국 병원에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급성 뇌출혈로 숨졌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가 ‘연장자에게 욕을 하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는 이유로 싸우기로 했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피해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생명을 빼앗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하고, 두 사람이 사전에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싸우다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이를 양형에 고려한 사유를 설명했다.

상해치사죄는 법정 형량이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징역 3년 이상 징역 5년 이하의 형량을 선고하도록 권고된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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