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SK이노베이션, 물가 오르면 임금도 올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메트로신문사

지난 4월 28일 열린 2017년 임단협 상견례에서 (왼쪽부터)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양수 울산CLX 총괄, 이정묵 노동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노사 임금협상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향후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시키기로 노동조합과 합의한 것.

1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 교섭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동조합원 찬반투표가 지난 8일 밤 73.5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정유업계는 매년 임금협상으로 진통을 겪어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6차례에 걸친 임금 교섭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까지 간 뒤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내몰린 바 있다.

여타 석유화학업계와 달리 정유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돼 파업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정유업계에서 파업은 2004년 7월 한 차례 발생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 당시 19일에 걸친 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겨 업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러한 업종 특성에도 업계 1위 기업이 파업권을 확보하며 파업 직전까지 갔던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임금협상에 기준이 없던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노조는 기본금 5%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금 동결과 성과급 지급을 제시하며 대치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4월 말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해 8월 25일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는 매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임금협상 방식이 국내 기업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금 인상률 기준이 생기며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까지 걸리던 교섭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발전적 노사 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임단협 조인식은 오는 12일 SK 서린사옥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또 근로자 임금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데도 합의했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연차에 따라 임금이 꾸준하게 상승하는 기존 임금체계를 '근로자의 역량·생산성 향상도와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차별 상승폭을 조절하는 임금구조'로 개선했다. 이는 결혼과 육아, 자녀교육 등 자금수요가 높은 시기에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시기에는 인상률을 낮추는 식으로 근로자 생애주기에 맞춰 합리적으로 변경한 'SK식 임금체계'로 풀이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제도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전 구성원이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 오던 '1인 1후원계좌' 기부를 노사가 합의하여 제도화한 것으로, 구성원이 기본급의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도 기부액만큼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부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실시된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경영철학을 반영한 바 있다. 회사의 발전이 협력사 및 사회적인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데에 노사가 인식을 함께 한 덕에 이번 입단협에서 구체적 실천 방법을 합의한 것이다. 적립된 기부금은 협력업체 구성원의 복지 향상과 소외계층 지원 사회공헌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정묵 노조 위원장은 "이번 임단협은 조합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대기업 노조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한 결과"라며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이 구성원 및 사회의 행복과 직결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사장은 "미래 지향적인 노사 관계가 발전해 '딥 체인지 2.0' 성공에 필요한 획기적인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의미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은 SK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성 기자 sesung@metroseoul.co.kr

ⓒ 메트로신문(http://www.metroseoul.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문의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