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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기고] 정기국회가 검찰개혁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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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그 주범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라 하겠지만 그들 배후에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논란이 된 청와대 참모들도 주범이다. 비록 대통령의 의지였다 하더라도 공직자로서 그들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럼에도 나랏일보다 최순실과 정유라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엄호했던 그들의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언행마저 거만하고 무치하다.

열 번을 양보해서 그들 모두가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검찰'만이라도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나라가 이렇게 됐을까 싶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과 한편이 됐다고 보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다. 세월호 참사와 이른바 '정윤회 문건' 그리고 최근의 국정농단까지 검찰의 칼끝은 무기력했다. 명색이 법치국가인 데도 그 법의 집행자가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다면 그건 이미 국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어느 누가 법치의 엄중함을 존중하겠는가. 지난겨울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함성은 '이런 검찰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국민의 분노이기도 했다.

결론적인 것은 광화문 촛불은 문재인정부를 탄생시켰고,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강조함으로써 촛불 민심에 직접 화답했다는 점이다. 그 후 검찰개혁을 위해 일차적 인적 쇄신이 이뤄졌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비롯해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도 새로운 진용이 갖춰졌다. 게다가 검찰개혁의 방향도 잡혀 있다. '괴물'이 돼버린 검찰 권력이 아니라 그 힘을 분산시켜서 견제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은 이미 구체화된 내용이다. 그리고 경찰청에는 한 개밖에 없는 차관급 자리가 검찰청에는 무려 쉰 개 가까이나 된다. 검사 직급을 상식 밖으로 올려놓다 보니 검찰 고위직은 '꽃보직'으로 가득 차 있다.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또한 빨리 혁신해야 한다.

이처럼 검찰개혁의 큰 그림은 설정돼 있지만 문제는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막연하게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는 시간이 지나면 그 동력이 가장 먼저 소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 뜨거운 개혁 과제이긴 하지만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정치권력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국민 여론마저 주춤하게 된다면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정치권력이 검찰에 어떤 약점이라도 잡힌다면 그때부터 검찰개혁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권검유착'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구축하지 않았던가.

청와대가 골든타임을 내년 지방선거까지로 잡은 것도 실책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선거운동과 개헌 문제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전폭적인 여론의 힘을 받아야 할 검찰개혁 문제가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진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하기 어렵다. 또 절충과 타협으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검찰개혁이 내년 중반까지 미룰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과제란 말인가. 혹여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라면 빨리 접어야 한다. 국민의 수준을 과소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골든타임은 이번 정기국회다. 로드맵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당정청이 앞장서고 여기에 건강한 야당이 동참하는 '협치의 방식'으로 올해 안에는 검찰개혁의 큰 틀을 마무리해야 한다. 부디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재영 한국언론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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