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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세계 각국 `숨은 세금 찾아내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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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세제 개편에 의기투합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은 IT 기업들이 유럽 각 국가에서 벌어들인 매출에 근거해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본사를 법인세율이 제일 낮은 아일랜드(12.5%)에 두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해온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안건은 오는 15일 에스토니아에서 열리는 EU 장관급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4개국 재무장관은 EU에 제출한 공동서한에서 "우리는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쥐꼬리만 한 세금만 내면서 영업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은 "이번 세제개편안의 목표는 IT 기업들이 내는 세금을 '정상적인 법인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세제개편안은 이른바 '균등세(Equalization tax)' 도입을 골자로 한다. IT 기업들이 아일랜드 등에 내는 법인세 외에 국가별로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것이다. 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이같이 세금을 부과할 경우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해도 EU 국가들이 지금까지 징수해온 총세금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율을 기업 매출액의 2~5%로 예상했다.

그동안 EU의 조세 회피 대응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체납 세금을 추징하려는 노력이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은 구글로부터 1억3000만파운드를 거둬들였지만 구글 매출에 비해서는 그리 큰 액수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통과되면 EU의 세금 추징 노력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유럽의 '조세 회피 천국'으로 불리는 아일랜드 동의도 필요하다. FT는 "범EU 차원의 개편이 이뤄지려면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세율이 낮은 EU 국가가 협조하면 미국 IT 기업들의 사업 방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날로 성장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한 과세를 추진한다. 중개회사가 아닌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중고품 거래까지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열리는 세제심사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내년도 이후 세제 개편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10일 보도했다.

자신의 집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 본인 차량을 택시처럼 활용하는 '우버', 스마트폰을 통해 중고 의류 등을 매매하는 일본 업체인 '메루카리' 등이 대상이다.

일본에서는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세금을 내도록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개인 간 거래 확인을 위해 중개 업체들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추진된다.

예를 들어 관광객 A씨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일본인 B씨 집에 묵을 때 A씨에게는 소비세(8%)를, B씨에게는 소득세를 매기는 식이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기록을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경우 200만엔(약 20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서는 세무당국 신고 의무가 없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6월 민박에 대한 규제를 푼 '주택숙박사업법' 통과도 과세당국의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도쿄와 오사카 등에서만 허용했던 민박이 이르면 2018년부터는 일본 전역에서 누구든 등록만 하면 할 수 있도록 바뀐다.

물품 거래에 대한 과세는 시장 규모 급증에 따른 것이다. 2013년 창업한 중고품 매매 스타트업인 '메루카리'만 보더라도 연 거래 규모가 1200억엔을 넘어섰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은 한동안 과세당국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최근 들어 각국 정부들이 과세를 목표로 세율 및 방식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부분 국가는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부과하는 숙박세 등과는 별도로 중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과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는 개인에 대한 과세에 집중하고 있다. 중개 기업은 타국으로 소득 이전 등을 통한 세금 회피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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