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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SK는 South Korea?…韓증시 꼭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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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회사 집중분석 ③ ◆

매일경제

요즘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SK가 한국(South Korea)의 영문 약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많다. 올해 SK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와 똑같은 데다 이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들이 반도체, 정유, 통신 업종으로 분산돼 있어 국내 기간산업의 축소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SK 알짜 자회사의 성장성이나 최근 활발한 지분 투자를 감안했을 때 다른 지주사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16.6% 상승했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폭과 소수점 한 자리까지 정확하게 일치한다. SK는 핵심 자회사인 SK이노베이션(정유·화학), SK텔레콤(통신)의 이익이 연결되고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반도체)까지 거느리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하나의 '인덱스펀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덱스펀드는 코스피 흐름을 좇아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에서 이익이 나는 업종은 SK가 자회사로 다 갖고 있어 코스피와 최근 흐름이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다만 올해 들어 지배구조 개선 이슈로 주가가 크게 오른 다른 지주사보다는 덜 오른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상장사의 실적 개선과 이 실적을 반영하는 지주사 가치 상승,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지주사 몸값이 뛰자 SK를 제외한 다른 지주사들은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한진칼(56.1%), LS(41.3%), LG(40.9%)는 코스피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8대 지주사 중에서 SK보다 주가가 덜 오른 지주사는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CJ(-5.8%)가 유일하다. 외국인의 순매도도 SK의 상대적 약세를 초래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8대 지주사 중 6곳의 주식을 순매수해왔다. 유독 SK만 2273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두산에 대한 순매도는 52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지주사 요건 강화에 나서면서 비용 부담이 큰 SK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주사 요건 강화를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달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상장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이 현행 20%에서 30%(비상장사는 40%→50%)로 높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주사 중 LG, GS, LS는 이미 주요 계열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놨기에 추가 부담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실적을 감안하면 향후 SK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내 8대 지주사 중에서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곳은 SK다. 3분기 추정치는 1조4994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화(6650억원), GS(4832억원), 두산(2715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SK는 작년 3분기 대비 올 3분기 이익증가율도 63.4%에 달한다.

각종 지표에서도 SK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SK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6배로 두산(1.14배)이나 CJ(1.13배)에 비해 낮다. 특히 SK의 장점인 인수·합병(M&A) 실적이 쌓이면서 다른 지주사보다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2월 인수한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 울타리로 들어온 이후 실적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SK가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지난 6월 세계적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통째로 사들이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지주사와 차별화한 전략이다. 여타 지주사들이 그룹 브랜드 사용료나 배당 수익으로 편안하게 이익을 쌓는 구조라면 SK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 유망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전략적투자(SI) 목적으로 돈을 계속 쓰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각종 비용 부담에 올해 SK 주가가 주춤했지만 향후 3년간 장기적으로 본다면 국내 지주사 중 단연 톱"이라며 "주요 자회사의 성장성이나 자회사 SK E&S의 실적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향후 주가 악재 요소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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