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年 55조 구매력 활용해 중기 성장에 힘 싣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달정책 패러다임 확 바꾼 박춘섭 조달청장

매일경제

박춘섭 신임 조달청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조달청이 더 이상 공공계약을 집행·관리하는 전통적인 업무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됩니다. 기존 정책을 새로운 시대상에 맞게 점검하고, 조달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고용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박춘섭 신임 조달청장(57·사진)이 지난 6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55조원에 달하는 국내 공공 조달시장을 총괄하는 조달청이 본연의 조달 집행기관 소임에 더해 벤처·중소기업의 고용과 성장, 해외 조달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정책 조성자'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낸 정통 예산관료인 박 청장은 지난 7월 문재인정부의 첫 조달청장으로 취임한 뒤 향후 5년간의 조달행정 분야 설계에 주력해왔다. 박 청장은 "지금까지 조달 업무는 일종의 집행·계약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기술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달청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달청의 정책기능 강화를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재 조달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새로운 제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 내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타임테이블을 만들어 올해 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박 청장이 직접 발표한 '공공조달을 통한 국정과제 지원계획'에는 이 같은 조달청의 변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박 청장은 우선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기조에 맞춰 공공 조달 제도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정부 입찰이나 우수 조달 물품 심사에서 고용 창출 우수기업에 '신인도 가점'을 기존 최대 5점에서 7점까지 더 준다. 아울러 지난달 임금 체납 기업에 2점 감점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도 감점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그는 "공공 조달 과정을 일자리 중심으로 운영해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엔 유리하게, 노동·고용 관련 법을 어긴 기업엔 불리하게 제도를 바꿀 것"이라며 "당장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기업의 매출 향상과 함께 고용 증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느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조달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6600조원 규모 글로벌 조달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한다. 시장 파이를 키워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청장은 "기술력은 좋지만 네트워크와 정보가 부족해 해외 조달시장 진출이 어려웠던 국내 중소기업들을 조달청이 중심이 돼 해외에 적극 소개하고 납품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지난 3월 설립한 '해외정부조달 입찰 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미국 등 25개 국가와 정부 조달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어 조달청의 국제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도급 생산과 담합 등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조달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박 청장은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조달청의 '하도급 지킴이'가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지불 지연·미지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반응이 좋지만 이를 활용하는 정부·지자체는 전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조달청이 개별 기관과 MOU를 맺는 한편, 공공기관 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법적으로 이용을 의무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통으로 알려진 박 청장은 1988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행정예산과장, 예산제도과장, 기재부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등을 두루 거쳤다. 2015년 10월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재부 예산실장을 맡아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한 올해 예산안을 비롯해 내년 예산 편성 작업을 진행하면서 11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박 청장은 "400조원대 국가 예산을 보다가 조달이란 특수한 분야를 맡게 됐는데 집행 결과가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예산실장으로 2년 가까이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