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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美·日도 6개사 뿐인데…LCC 신규 허가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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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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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저비용항공사(LCC) 봇물이 터졌다. 이달 LCC 후발 주자에 대한 국토교통부 면허 결정을 앞두고 저비용항공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10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중순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에 대해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은 각각 청주·양양에 기반을 둔 신생 업체로 지난 6월 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이들을 포함해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밀양) 프라임항공(울산) 등 총 6곳의 항공사가 내년 전후 취항을 목표로 항공기 구매·면허 취득 작업에 나섰다.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등 LCC 6곳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가 최대 12개까지 불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 LCC의 경우 미국 6개, 중국 8개, 일본 6개가 있다. 신생 업체 대거 진입에 따른 논란도 분분하다. 항공사 간 경쟁으로 운임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가뜩이나 좁은 공항이 더 혼잡해지고 인력 빼가기 경쟁 등으로 안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LCC 시장이 무르익으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 위주의 독점 구조가 깨졌다"면서도 "추가로 들어오겠다는 항공사가 워낙 많아 부작용 위험성도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LCC는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에 첫 비행기를 띄우며 시작됐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싸구려'라는 인식 때문에 업계는 한동안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다. LCC는 항공 대중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2013년에야 흑자 전환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공급 급증→수요 확대→실적 개선→공급 급증'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타며 대형 항공사 양대 체제를 무너뜨렸다. 매일경제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6대 LCC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률은 7.0%로 대형사(4.9%)를 훌쩍 넘어섰다.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송수단을 갖게 됐다. 대형사 김포~제주 항공권 가격은 평균 10만3700원(주말 편도 기준)이지만 LCC는 8만6000원으로 17% 저렴하다.

다만 앞으로도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국내 저가 수요가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 올해 2분기 기준 LCC 여객 점유율은 35.5%로 대형사(43.4%) 수준으로 올라갔다. 특히 국내선은 55.5%로 이미 대형사(44.5%)를 추월했다. 지방 공항 포화는 더 심각하다. 국제공항협회(ACI)에 따르면 제주공항(단일 활주로 기준)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2604만명으로 터키 사비하괵첸공항(2829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6개 LCC가 한정된 시장을 놓고 110여 개 노선을 운영하며 과당 경쟁하고 있다"며 "슬롯(항공기 이착륙 용량) 배정받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인데 인프라스트럭처 확충 없이 항공사가 늘어나면 혼잡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단거리 노선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길게 봐도 5년 뒤면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수요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전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조종사와 정비 인력은 육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업체가 늘면 결국 다른 업체에서 사람을 빼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인력 공백 등 항공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후발 주자들은 추가 경쟁을 통해 운임·서비스 개선은 물론 한국 LCC 영토까지 넓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시아로 시야을 넓히면 여객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연간 동북아 항공 여객 수는 5억5000만명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9%씩 성장하고 있다.

강병호 에어로K 사장은 "세계적인 LCC는 지방 공항과 해외 2선 도시를 연결하는 등 수익 모델을 개척하며 성장했다"면서 "수익 90% 이상을 국제선에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안전은 철저히 챙기되 LCC 진출입 문턱은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LCC 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은 한국 같은 자본금 규제가 없는 대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곳을 과감히 퇴출한다"며 "LCC가 자유롭게 경쟁해 소비자 편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항공 산업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면허 발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항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면허 신청이 들어온다고 허가를 검토할 게 아니라 2~3년에 한 번씩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지역별로 구분해 사업자를 지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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