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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넥스트 빅뱅` 유전자 검사도 규제 덫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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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매일경제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넥스트 빅뱅'은 인간 유전체 분석과 그 빅데이터에 기반한 확장 기술에서 나온다."

'시장 파괴자'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도 '미래 투자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직접적인 워딩은 아니지만 유전체 분석 산업과 관련 기업에 선제적으로 파격 투자를 하고 있어서다. 아마존은 지난 3월 세계적인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일루미나가 설립한 자회사 그레일(Grail)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화제가 됐다. 인간을 구성하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연구하려면 대규모 데이터 처리 등이 필수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은 정부 차원에서 수억 명의 유전체 분석 연구를 지원하고 나섰고 개별 기업들도 유전체 정보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암 조기 발견을 목표로 단박에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그레일은 유방암 등 암 관련 유전체 정보는 모두 수집하겠다는 태도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5월 소프트뱅크 등에서 약 4000억원을 유치한 액체생검 업체 가든트헬스는 '5년간 100만명의 사람에게 액체생검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우리나라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도 파격적인 검사비를 예고하는 등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유전체 분석 기업들은 '규제의 덫'에 걸려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한 '포지티브 규제'를 하고 있다. 일례로 작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용 유전자 검사(DTC·Direct to Consumer)' 서비스가 허용됐지만, 항목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1년간 시장은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허용한 12개 항목은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 침착, 탈모, 모발 굵기, 피부 노화, 피부 탄력, 비타민C 농도, 카페인 대사 등이다.

소비자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질병 예측은 쏙 빼고 미용과 웰니스만으로 한정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다. 마크로젠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쓰리빌리언은 타액으로 4000여 종의 희귀질환을 한번에 진단하는 상품을 만들었지만 미국에 먼저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체 분석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예측 가능한 규제'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허가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신찬옥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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