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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日 영화 거장의 여유와 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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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미 하계(下界)는 난만한 봄, 흐드러진 벚꽃. 어디를 가도 산만한 나는 '꽁치의 맛'으로 번민하다. 벚꽃은 누더기처럼 우울하고 술은 센부리 풀처럼 창자에 쓰다."(오즈 야스지로)

영화사 120여 년을 통틀어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반드시 손꼽히는 인물이 한 사람 있으니, 바로 오즈 야스지로(1903~1963)다.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독일의 빔 벤더스, 미국의 짐 자무시, 지난해 타계한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지금도 전 세계 거장 감독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받는 이 일본 거장의 저서가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

제목은 일상의 소박함을 담는 데 집중했던 야스지로답게,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마음산책). 생전에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산문과 중일전쟁 때 징집돼 중국을 전전하던 당시에 쓴 일기와 편지들, 자신이 찍은 54편의 영화와 관련한 여유와 익살 가득한 자평,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영화사 최고의 걸작 중 한 편으로 거명되는 영화 '동경 이야기'(1953)의 감독용 각본을 한데 묶었다.

야스지로는 침묵을 삶의 기본적 태도로 견지했던 인물. 그런 만큼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야스지로의 인간적인 면모와 자연인으로서 그의 탁월한 글솜씨를 두루 맛볼 수 있다.

책은 크게 네 부로 나뉜다. '모던 보이 산문'은 청년 야스지로의 재치와 유쾌함을 보여주고, '왠지 모르게 한 줄'은 1937년 9월 예비역 부사관으로 징집돼 1938년 6월까지 중국에 머물며 남긴 편지와 일기로,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센부리 풀처럼 쓰다'는 나이가 지긋해진 그가 일본의 유명 영화잡지 '키네마준포'와 나눈 회고로 배우와 작품의 뒷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낸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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