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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10분…찰나에 그리지만 버리는게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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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형 캔버스(160×140㎝)에 수직, 수평선이 무수히 교차한다. 무지개처럼 화사한 빛깔로.

프랑스 추상화가 베르나르 프리츠(63)는 2005년부터 10년 넘게 선의 만남에 천착해왔다. 2005년작 'Ule'는 마치 책장처럼 형태가 있지만 2015년작 'Leu'는 씨실과 날실로 성기게 엮은 천 같다.

최근 서울 갤러리 페로탕에서 만난 작가는 "본드 없이 홈에 끼워 맞추는 나무 공예 조인트(이음새)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동양적 관점에서 합(合), 음과 양이 만나는 궁합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인전 주제가 맞물리는 이음새를 뜻하는 '텅&그루브(Tongue & Groove)'. 10월 21일까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 페로탕에서 열린다.

작품 제목 'Ule'와 'Leu'는 무슨 뜻일까. 그는 "의미가 없다. 단지 컴퓨터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만든 제목"이라고 했다. 작품이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해간다고 하자 "보기에는 추상 같지만 구상적인 요소가 있다"며 "추상과 구상으로 분류하지 말고 그냥 페인팅(회화)으로 평가해달라. 16세기 구상화에도 추상적 요소가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작품에 감정을 투영하지 않는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린다고. 작가는 "특별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작업하는 게 아니라 페인팅 자체를 보여주고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역시 "특별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어떤 색깔을 쓸지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 신내림 받듯이 작품이 와서 캔버스를 채운다. 색 하나에 붓 하나를 사용하면서. "색상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때 그때 영감을 받아 고르죠. 한 작품을 10~15분 만에 완성해요. 찰나에 완성하지만 즉흥적으로 그리다 보니까 버리는 게 더 많아요."

프랑스 국립 디종 보자르 예술대학에서 그림과 철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명상적이다. 그는 "미국 철학자 스탠리 카벨,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그림의 언어와 철학의 언어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미술에 대해서는 "단색화가 이우환이 친구다"며 "순수 미술보다는 한국 공예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 사진 = 한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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