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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위너는 적었지만 위너가 되다…US오픈 여자단식 우승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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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결승서 안정된 플레이로 ‘절친’ 키스 2-0 제압

위너 10개에 그쳤으나, 범실은 6개로 최소화

서비스 에이스도 0개로 3개의 키스에 뒤져

지난 1월 왼발 수술 뒤 7월 코트 복귀

시드 없는 선수로는 US오픈 사상 두번째 우승

16일 개막 코리아오픈 출전 신청…출전은 불투명



테니스 경기에서는 강서브와 폭발적인 스트로크를 갖춘 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빠른 발을 이용한 폭넓은 코트 커버 능력(수비)에다, 다양한 기술의 안정적인 스트로크 플레이를 겸비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

10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유에스(US)오픈 여자단식 결승. 어릴 적부터 절친인 15번 시드 매디슨 키스(22·세계 16위·미국)를 1시간1분 만에 2-0(6:3/6:0)으로 누르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쥔 슬론 스티븐스(24·미국)가 그런 사실을 새삼 입증했다. 스티븐스는 이날 포인트를 결정지은 ‘위너’(Winner)는 10개에 그쳐, 18개를 기록한 키스한테 뒤졌다. 하지만 범실(Unforced errors)은 6개로 최소화하며, 무려 30개를 쏟아낸 키스를 압도했다. 서비스 에이스는 키스가 3개를 기록한 반면, 스티븐스는 단 1개도 없었다. 우승 상금 370만달러(41억8000만원).

스티븐스는 4강전에서도 37살의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맞아 1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냈으나 2세트 들어 서비스와 스트로크 파워에서 크게 밀리며 0-6으로 내주는 등 고전했다. 그러자 3세트 들어서는 끈질긴 수비 플레이로 나서 긴 랠리로 윌리엄스의 스트로크 범실을 유도하며 7-5 승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우승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뒤 왼발 피로골절로 코트에 나서지 못하다가 결국 올해 1월 수술을 받은 뒤 8개월 만에 이뤄낸 결실이어서 더욱 값지다. 6주 전까지만 해도 그의 세계랭킹은 957위였다.

스티븐스는 지난 7월3일 개막된 2017 윔블던 때는 예선을 거쳐 11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했으나 1회전에서 세계 46위 앨리슨 리스크(미국)한테 0-2(2:6/5:7)로 져 탈락했다. 이후 시티오픈에서도 1회전에서 졌다. 그러나 로저스컵과 웨스턴 앤 서던 오픈에서는 각각 4강까지 오르며 랭킹을 끌어올렸다. 이번 유에스오픈에는 세계 83위여서 시드도 배정받지 못했으나 대업을 이뤄냈다. 그는 “1월 수술을 했는데 누군가 ‘내가 유에스오픈에서 우승한다’고 했다면 나는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이번 우승이 믿기지 않음을 비쳤다.

스티븐스는 프로 선수들의 그랜드슬램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오픈시대) 이후 유에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선수가 우승한 두번째 사례가 됐다. 2009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 이후 처음이다. 또한 비너스와 서리나 윌리엄스 자매를 빼고 2002년 제니퍼 캐프리아티(호주오픈) 이후 15년 만에 그랜드슬램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가 됐다.

스티븐스는 2013년 호주오픈 8강전에서 서리나를 누르고 4강까지 올라 차세대 미국 여자테니스 스타로 주목을 끌었고, 그해 윔블던 8강 진출로 세계 11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그랜드슬램대회에서는 부진했다. 정규투어(WTA)에서는 2015년 1회, 2016년 3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해 통산 4승을 올린 바 있다.

스티븐스는 16~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코트에서 개막하는 여자프로테니스 정규투어인 2017 코리아오픈에도 이미 출전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진수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스티븐스의 출전 여부는 기다려봐야 안다. 기권을 통보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벌금이 많지 않아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2년 전 코리아오픈에 출전한 바 있다.

한편, 1월 호주오픈의 서리나 윌리엄스(36·세계 15위·미국), 6월 프랑스오픈의 옐레나 오스타펜코(20·세계 12위·라트비아), 7월 윔블던의 가르비녜 무구루사(24·세계 3위·스페인)에 이어 스티븐스까지 올해 4대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우승자가 달라 여자테니스가 춘추전국시대임을 보여줬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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