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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K팝 스타와 손잡은 샤넬·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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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펜디가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최근 출시한 `펜디 포 영배` 컬렉션. [사진제공 = 펜디]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홍보는 그간 할리우드 배우·모델 등 서구권 유명 스타들이 독식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 브랜드가 한국 'K팝 스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간의 행사 초대·패션쇼 출연을 뛰어넘어 아예 광고 영상 모델, 제품 제작 협업을 한국 연예인에게 맡길 만큼 양쪽 간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 펜디는 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과 협업해 제작한 '펜디 포 영배(FENDI For Young Bae)' 캡슐 컬렉션을 지난 1일 국내에 출시했다. 태양의 본래 이름인 동영배를 그대로 컬렉션 명칭으로 따온 것이다.

지난달 말 국내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만큼 큰 관심을 끈 아이템이다. 본래 이는 지난 7월부터 홍콩 등 해외에서 먼저 선보인 아이템으로, 국내에서는 이달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펜디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한국 인기 스타와 '제품 자체'를 협업해 제작한 사례는 펜디가 처음이다.

직접적인 제품 컬래버레이션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명품가와 한국 연예인이 광고 출연·행사 초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진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은 최근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을 주인공으로 투입한 자사 '샤넬 가브리엘 호보백' 광고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한국 등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광고에 지드래곤을 메인 모델로 내세운 것으로, 영상 촬영 과정에서 찍은 화보 사진까지 온라인으로 공개할 만큼 전방위 채널에 지드래곤을 투입하고 있다.

루이비통 등 타 브랜드에서도 한국 연예인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 6월 열린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회에 초대된 엑소(EXO) 멤버 수호의 사진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특히 연예계 톱스타 중에서도 지드래곤, 엑소 등 일명 'K팝 아이돌 스타'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게 최근 명품계가 보이는 트렌드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구찌는 공효진, 버버리는 전도연과 깊은 관계를 맺는 등 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한국 여성 배우를 활용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 같은 K팝 스타에 대한 명품가의 러브콜에는 이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영향력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각국 자체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북미·유럽 등지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이 구매하는 물품도 명품 수요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한류 스타의 위상이 명품 브랜드 위상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일단 기용하면 이들 수요 전체에 어필할 수 있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루이비통, 디올 등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올 상반기 지난해 대비 23% 오른 36억4000만유로의 글로벌 수익을 냈는데, 여기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수요 증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구찌와 입생로랑의 올 상반기 매출도 아시아 쇼핑객의 구매 증가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5%, 28.5% 늘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스타들의 미적 감각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어서 오래된 이미지를 피하고 젊은 층 고객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가령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는 수많은 샤넬 행사에 지드래곤을 초청하는 등 지속적 친분을 과시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브루노 파블로프스키 샤넬 패션부문 최고경영자도 "한류 스타들이 있는 오늘날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패션·연예계가 최근 국적을 막론하고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트리트 패션에 특히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실제 태양·지드래곤 등 명품 브랜드와의 관계가 깊은 K팝 스타 다수가 힙합 뮤지션으로, 국내 스트리트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슈프림·리바이스·아디다스 등 스트리트·스포츠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열중하는 이유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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