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방사능 오염수 정화…상용화 돌입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하는 기술이 상용화된다. 10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자연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성 세슘을 없애는 기술을 주식회사 '범아'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정액 기술료 5억원과 매출액의 3%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지난 8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방사능 오염수나 원전 해체 때 배출되는 폐기물에 들어간 방사성 세슘을 쉽고 저렴하게 분리할 수 있다.

이승엽 원자력연 박사팀은 땅속에서 채취한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를 이용해 방사성 세슘을 물속에서 가라앉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사선에 강한 우수 종을 선별 배양한 뒤 황산이온과 함께 방사능 오염수에 넣으면 세슘 이온이 단단한 크리스털 결정체인 '파우토바이트(CsFe2S3)'로 변하는 성질을 이용했다. 원래 세슘은 화학적으로 침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물학적 황화반응을 유도해 광물 형태로 바꿔 가라앉게 한 것이다. 지난 7월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미국·일본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미생물을 이용한 정화기술은 방사능 오염의 확산을 막고 원전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존 흡착제를 이용해 방사성 세슘을 없애는 방법은 칼륨이온 등 경쟁 이온이 있으면 제거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흡착제가 방사성 폐기물로 고스란히 남아 2차 오염을 일으킨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애초에 흡착제 원료로 쓰이는 고가의 티타늄이나 유독성 물질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생물을 넣으면 제거 효율이 떨어지는 일 없이 오염수 속 방사성 세슘을 99% 이상 제거할 수 있고, 악조건인 해수에서도 최소 96% 이상 세슘을 제거할 수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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