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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비만 건보청구 40대 여성이 남성의 8.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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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내년부터 위 절제술 등 고도비만 치료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작년 건강보험 비만(상병코드 E66) 청구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는 8.4배나 차이를 보였다. 우아성한의원 성조숙증연구팀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4~2016년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자료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 비만 청구는 20~50대 연령 여성이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확연히 많았다. 20대에서는 여성이 2166명으로 남성(303명)에 비해 7.1배 높았고, 30대에서도 여성이 4108명으로 남성(539명)의 7.6배나 됐다. 이 같은 차이는 40대에 더 벌어져 여성이 3549명으로 남성(422명)에 비해 8.4배 높았고, 50대는 1873명으로 5.6배 차이가 났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더 체중에 민감하고 평소 관리에도 신경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핏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 비만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자료는 당뇨나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다른 병을 진료하면서 의사 판단에 따라 비만코드를 추가한 사례로 분석된다. 이 결과는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만 및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횟수가 적으며 관리에도 소외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은아 우아성한의원 박사는 "정말 심각한 고도비만 환자 등 관리가 필요한 경우는 통계로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에 비해 남성들이 제대로 된 비만·관련 질환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나라 남성 비만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으며 19~39세 남성 1인 가구의 비만과 복부 비만 위험이 특히 높았다. 통상 체질량 지수 35 이상을 초고도비만으로 본다. 체질량 지수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체질량 지수가 18.5~23.0일 때를 정상으로 보고, 30.0∼35.0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고도비만 인구는 전체의 0.3% 내외인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합병증을 갖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

오상우 대한비만학회 이사(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100만명 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일부이고 수술을 선택하기 애매한 환자가 많다"면서 "영양 상담과 운동 교육 등이 중요한데 이런 컨설팅이 모두 비급여이고 꼭 필요한 비만 치료제조차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비만 진료체계 결함을 꼬집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6 비만백서'에 따르면 뚱뚱한 한국인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의 초고도비만 인구는 1만448명에서 2015년 3만6343명으로 9년 새 3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도비만은 21만2905명에서 53만486명으로 2.5배가 됐다. 특히 20~40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도비만 환자가 늘고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욕 조절이 되지 않거나 혼자서는 스스로 살을 빼지 못하는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급여로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청소년 비만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 모두 지방 비율이 15% 정도지만, 사춘기 이후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남자는 체지방률이 10%로 낮아지고, 여자는 체지방률이 22%로 높아진다"며 "특히 소아비만의 80%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오 이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검토를 주문한 '공공급식에 과일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가격을 싸게 팔거나 과일바구니를 놓아두는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아이들에게 과일을 먹게 한다"면서 "과일을 공공급식에 넣겠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변화로, 청소년 비만 예방에 결정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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