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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화폭서 꿈틀거리는 氣…행복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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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떠오르는 해는 희망이며, 지는 해는 절망이 아닌 휴식이다."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여유를 화폭에 담아온 안중선 화백(71·사진)이 그동안 제작해온 기서화(氣書畵)와 금을 이용한 생활자기를 서울 종로3가 e갤러리에 재능기부로 내놓았다.

기서화는 태고(太古)의 염원과 기원을 기록해왔으며 인간의 사주와 체질을 구성하는 기(氣)의 흐름을 담아내는 그림.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생노병사 의미를 그림과 글씨 미학으로 표현한다.

안 화백은 칡을 묶어 만든 붓으로 기서화를 그린다. 모필(짐승의 털로 만든 붓)이 발달하기 전에 고대 신관들은 점을 친 후 국가의 운명 등 중요한 점괘를 칡붓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오랜 역사적 흐름을 지니고 있지만 발원지인 중국에서조차 그 명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안 화백은 칡붓으로 그린 기서화 전통과 예술적 가치를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다. 현재 세계문학 자문위원으로 동양 칡서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기서화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행운과 건강을 나눠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게 목표다. 그의 작품은 흰 화선지에 글인 듯 글이 아니고 그림인 듯 그림이 아닌, 새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선의 구성에 의한 사물의 미적 형태를 통해 신비하고 묘한 세계를 담아낸 게 특징이다. 마치 신묘하게 어우러진 춤사위 같다.

이런 그의 작품에 대해 국내 작가들은 "미술적 접근보다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고 있다. 단순히 화가가 그려내는 화법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기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안 화백을 동양철학자, 역학자, 시인, 행위예술가 등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훈련할 수 있도록 갤러리 현장에서 사진, 칡서 등에 대한 해설 강의 아카데미를 통해 재능기부를 해왔다. 이번 재능기부는 '고희(古稀)'를 맞자 인생의 길목에서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재능기부로 내놓은 금으로 만든 생활자기는 독일에서 특허를 받은 나노기술로 처리된 금을 활용했다고 한다. 붉은색의 기운 속에 묵화를 순금으로 그려내어 번영과 장수, 성공 등을 기원하는 작품이다. 이미 중국 정부와 계약 체결을 통해 중국 내 면세사업품으로 선정됐으며 중국에서 상당한 방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작가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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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붓으로 그린 기서화 `모궁`


그는 단순히 종이에 국한되지 않고 도자기, 토기, 생활자기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안 화백은 "심오한 선의 미학을 형태로 재해석해내며 인류 고유의 문화유산이자 문양들을 황금으로 그려넣어 장수와 행복, 희망을 담은 금분자기로 탄생시켰다"며 "가정의 안정과 평안, 행복을 담아내기에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생활자기로도 활용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기서화 작품 전시 40여 회를 열어온 그는 저서 '천기누설' '비전역경' '안중선의 각종기공' '보석원석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등을 냈으며 대학과 방송, 기업 강의를 하고 있다. KNS통신사 내에서는 전시관을 상설 오픈해 소년소녀 가장돕기 자선바자회를 개최했으며, 올가을 제주도 씨엘로갤러리에서 상설 전시회를 연다.

안 화백은 "기와 예술의 형이상학적 조화로 생활 속 풍수를 지향하며 세계적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내고 있다"며 "어느 곳에 있든지 어느 곳으로 가든지, 눈에 보이는 것을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하면 그것이 자유다. 아울러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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