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전문기자칼럼]文 대통령이' 4차 산업' 운전대 잡아야 하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888년 자동차 발명가 카를 벤츠는 승용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1000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에는 수시로 멈췄던 승용차를 수리하면서 그는 고급엔지니어가 아니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다고 봤다.

전자신문

카를 벤츠가 만든 세계 최초의 자동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5년 미국 통신업체 AT&T가 휴대폰을 출시했을 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이용자가 200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형편없는 수준의 배터리에다 무겁고 가격까지 비쌌기 때문이다.

1990년 월드와이드웹(WWW)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소수 과학자들이나 컴퓨터 마니아들만이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1909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을 하면서 운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카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지 불과 10여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휴대폰 이용자는 현재 77억4000만명을 넘었다.

변화 속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다. 파급력도 컸다. 자동차 대중화로 자동차 도로가 생겼고,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신호등 시스템이 갖춰졌고 교통사고가 늘면서 대형병원도 늘어났다. 휴가와 여행 문화도 생겼다.

전자신문

월드와이드웹은 지구촌 사람을 하나로 묶는 전대미문의 혁명을 이끌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시장 가치는 2014년 우리나라의 GDP를 이미 추월했다. 하나의 혁신 기술이나 기업 성장은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를 일으켰다.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면 우리는 한순간에 낙오자가 될 수 있음을 지난 과거에서 충분히 배웠다.

4차 산업혁명이다. '언제 올까'로 갑론을박이다. '얼마나 빨리 올까' 조급해 한다. 대표적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을 놓고는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다. 로봇이 인간 역할을 대신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미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세계 정상들은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복지주의적' 발상을 위기 전환 카드로 꺼내고 있다. 마치 시합도 하기 전에 '우린 끝났어'라고 자포자기하는 느낌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이달에 공식 출범한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키워드인 '혁신성장'을 전담할 플랫폼이다. 철저한 미래 준비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혁신적 도전이 없다면 우리 미래는 없다. 무거운 책임감과 위기 의식에서 출발하되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주문하고 싶다.

많은 민간 위원들이 참여한다.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예측을 '미래'라고 쉽게 장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회 구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자동차 대중화 주인공인 헨리 포드는 “혁신은 단지 과거의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과 ICT 융합이라는 해묵은 과제 해결만이 정답이 아니다. 기존 틀을 벗어난 공상 같은 해석도 필요하다. 선행적 아이디어를 모범으로 해서 스피드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

자칭 '비전문가'라며 거리를 두는 문재인 대통령도 4차 산업혁명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혁신은 고급 엔지니어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결코 아니다.

전자신문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