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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북핵·사드 보복 연타에 韓 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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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CDS 프리미엄 0.7%p 상회…코스피, 일주일새 시가총액 8조 증발

中 사드 보복 피해도 커…“북핵·사드 여파 장기화 우려”

세계일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지난 7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가 연달아 터지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가의 부도위험이 높아지고, 증권시장에서는 막대한 돈이 증발했다. 아직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에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등 대외건전성, 경제 펀더멘털 등은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북핵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CDS 프리미엄 ‘빨간불’…급감하는 코스피 시가총액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우리나라의 신용도와 증시에 모두 상당한 타격이 가해졌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7116%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6일 이후 0.7%포인트를 상회한 수치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월(10일 0.7058%포인트, 11일 0.7886%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되면서 북한과의 전쟁 위험이 급등했었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뜻한다. 따라서 한국 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뜻은 그만큼 한국의 부도 위험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는 결국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CDS 프리미엄이 개성공단을 폐쇄했던 때와 거의 비슷해졌다”며 “해외에서 보기에 우리나라가 꽤 위험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을 움직이는 것은 북한 이슈”라고 진단했다.

북핵이 코스피 등 증권시장에 끼친 악영향도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지수는 2343.72로 마감해서 지난 1일 대비 0.59% 떨어졌다. 특히 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40.8포인트(1.73%) 급락한 2316.89로 개장해 6차 핵실험의 영향을 실감케 했다.

코스피지수가 뚝 떨어지면서 막대한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8일 종가 기준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은 1525조원으로 1일(1533조원)보다 8조원이나 감소했다.

◇‘사드 보복’에 우는 韓 기업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7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강행하면서 중국과 관련이 깊은 기업들은 울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작년부터 중국의 보복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사드 배치 완료로 중국의 보복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염려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8월 중국으로의 농식품 수출액은 8690만달러에 그쳐 전년동월 대비 10.8%나 줄었다.

한국과 중국 간 사드 갈등이 본격화된 3월부터 농식품 수출액은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3월 -5%에 이어 4월 -25.3%, 5월 -40.7%, 6월 -16.4%, 7월 -11.4%, 8월 -10.8% 등 5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총 농식품 수출액(8억6000만달러)은 전년동기보다 6.5% 감소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크다.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 3월부터 99개 매장 가운데 87곳이 문을 닫고 있다. 74개 매장이 소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업정지를 당했으며, 13개 매장은 중국 소비자들의 보이콧으로 자진 휴업 중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된 후 중국 롯데마트의 피해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마트는 심각한 손실을 견디다 못해 아예 올해말까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진출 20년만에 손을 떼는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최근 4년간 1500억원대의 영업 적자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관련주들의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중국 소비 관련주 10개사의 시가총액은 44조890억원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7일(61조8302억원)에 비해 17조7412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이다.

특히 8일 하루에만 이들 10개사의 시가총액이 1조4050억원 감소하는 등 정부의 사드 배치 완료로 인한 악영향이 큰 모습이다.

현대차그룹도 신음 중이다. 베이징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합작 폐기를 불사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 11개사 중 9곳이 주가가 8일 동반 하락했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2조5920억원 줄었다.

◇아직은 펀더멘털 탄탄하지만…

정부는 “아직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며 지나친 불안감의 확산 방지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수출 증가세 지속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연간 경제성장률 3% 달성을 위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7월까지 10개월째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전 산업생산도 0.8% 늘어 4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대외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8월말 외환보유액은 3848억4000만달러를 기록, 4개월 연속 사상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말 현재 단기외채 비율(외환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은 30.8%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순대외채권 규모(4231억달러) 역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3%로 상향조정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우리경제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북핵 여파’의 장기화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 우리나라 경제의 두통거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북핵 리스크에 따른 영향은 일회성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면서 “충격이 클 경우 실물경제까지 전이될 수 있다”우려했다.

정부도 북한 핵실험, 사드 보복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하할 시 외국인 자금 이탈, 원화 가치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지금 북한 리스크 관련 사안은 예전보다 더 엄중하다"며 "이에 따른 불안감이 오래갈수록 자본 유출, 소비심리 하락 등의 여파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북핵 등 대외변수가 실질적인 위험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대외건전성 유지를 위해 미리 통화스와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 보유고를 갑자기 늘리기는 힘드니 통화스와프 체결이 낫다"라며 "미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거나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 역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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