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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영장판사 교체 후 ‘국정농단 사건’ 영장 발부율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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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 검찰, 영장 발부 두고 ‘법원 비판’ 왜

지난 8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관계자들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에 대한 잇단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벌어진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에 정치권도 가세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 분석 결과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판사들이 배치된 뒤 국정농단과 관련된 구속영장 발부율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검찰과 법원의 ‘영장 발부 갈등’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양지회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아무리 사법부 독립을 얘기해도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조직적인 국기문란 사범들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8일에도 “국민 여론과 완전히 동떨어진 섬에 홀로 거주하며 오로지 그들만의 법리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에 여당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쌓여왔던 게 터졌다’는 평가다. 검찰은 지난 8일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판사들이 배치된 뒤 주요 사건(국정농단·KAI 비리·국정원 댓글 사건)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정농단 사건만 놓고 볼 때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2차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차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최씨의 과거 측근 고영태씨,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물병을 던지 박 전 대통령 지지자 등에게 8차례 청구된 영장 중 2건(박 전 대통령과 고씨)만 발부했다. 발부율로 따지면 25%다.

이 비율은 이전 영장전담판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정농단 관련자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비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당시 법원은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씨 등 8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가운데 7건(87%)을 발부했다.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17건 중에는 13건(76%)을 발부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검찰 주장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높았던 영장 발부율이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정상화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 한 판사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법원이 냉정을 잃고 구속영장을 평소에 비해 쉽게 내줬다는 지적이 판사들 사이에 있었다”며 “영장 발부가 정상인 것처럼 검찰이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공개적인 입장 표명까지 한 게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장 발부는 법원의 고유 권한”이라며 “영장이 기각됐으면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어떻게 수사할지 밝히면 된다.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법적 절차를 정치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피의자를 구속해야 수사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 추가 입장은 없다”며 “향후 법원 영장 발부의 추이를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적폐청산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또다시 ‘법원의 벽’에 막힐 경우 강도 높은 입장 표명을 거듭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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