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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국정원, 내부 결재까지 다 받고 댓글부대에 돈 뭉치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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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령증’ 1000여장 받아 분석

원세훈ㆍ외곽팀장 추가 처벌 나서

검찰 ‘국정원’ 자금 규모, 출처 집중추적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온라인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국정원이 수십억원의 현금을 내부 회계 결재까지 받은 뒤 민간인 댓글 부대에 제공한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당시 벌어졌던 ‘민간인 댓글부대’ 지원 활동이 국정원 일부 직원의 과잉 충성이나 일탈이 아닌 국정원 또는 정부 차원에서의 조직적 불법행위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월~2012년 12월 국정원 담당관들은 국정원 내 회계 직원 등에게 결재를 받는 절차를 거쳤으며, 이후 돈을 모두 현금화해 봉투해 담아 이를 사이버 외곽팀장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당시 국정원 내 현황 자료 및 최근 소환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국정원 담당관들이 사이버 외곽팀장들에게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 일당을 주듯 봉투에 현금을 담아서 주고 수령증을 받는 방식으로 금전 관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0일 1차 수사의뢰된 외곽팀장 30명과 관련한 수령증(국정원 내부에선 ‘영수증’으로 표기)을 국정원에서 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총 1000여 장에 달하는 수령증에는 사이버 외곽팀장의 신상 정보와 돈을 준 날짜 등이 기록돼 있으며, 적시된 금액의 총액은 수십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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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자료 요청에 국정원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국정원 내부 자료. 지난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은 심리전단 활동 내역 등 거의 모든 자료에 대한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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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해당 활동비 중 일부는 은행 계좌를 통해 팀원들에게 제공됐음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사이버 외곽팀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수령한 돈을 팀원들에게 직접 주지 않고 은행 계좌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사이버 외곽팀 ‘팀장급’에게는 돈이 현금이 든 봉투로 전달됐지만, 이후 팀장들이 민간인인 팀원들에게 돈을 배분하는 단계에선 은행 계좌 등도 이용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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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외곽팀 운영 의혹 중심에 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검찰이 수사 초점을 자금 출처와 규모에 맞춘 이유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주도로 국정원이 최소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정권 옹호 차원의 불법 정치활동에 들인 것에 새롭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국정원 TF는 국정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30개의 사이버 여론조작용 외곽팀을 운영했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2년 한 해만 외곽팀에 들어간 자금이 3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은 국정원 내부 조사 결과와 광범위한 관련자 계좌추적 결과 등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외곽팀에 투입한 금액의 규모를 구체화해 원 전 원장에게 횡령ㆍ배임 또는 직권남용 등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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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사이버외곽팀 책임자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8~9일) 소환조사를 받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 단장도 검찰조사에서 사이버 외곽팀 운영 및 활동비 지급 혐의 등은 대체로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민 전 단장이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고 활동비 등을 지급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민 전 단장은 지난 9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해 14시간가량 전담 수사팀의 조사를 받고 10일 자정을 조금 넘겨 귀가했다.

검찰은 또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비가 국정원 외에 대기업 등으로부터도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계좌추적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안부에서 진행 중인 사이버 댓글 수사와는 별도로 특수3부에서 화이트리스트 사건(보수단체 정부지원)과 관련해 어버이연합회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계좌추적에 나선 상태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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