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90%, 18일과 25~29일 집단휴업 예고
추석연휴 이어져 최장 15일까지 휴업하는 상황
워킹맘들 "연차도 더 못내는데 아이는 어떻게"
시골 사는 친어머니에 급히 상경 요청하기도
유치원총연합회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
저출산으로 원아 수 급감, 정부 지원 확대 요구
교육부 "집단휴업은 불법. 강경대응할 것" 밝혀
전문가 “회계투명성 전제로 사립유치원 지원 필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투쟁위원회 추이호 위원장과 유치원연합회 소속 원장들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립유치원 재정지원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오는 18일과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휴업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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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이 이달 18일 하루 휴업에 이어 25일부터는 아예 닷새간 집단휴업키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여름휴가에 이어 다음달 초 열흘간 추석 연휴가 있기 때문에 이달에는 연차를 더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5살 아들을 둔 워킹맘 이모(35·성남 분당구)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씨는 “근처 친척들에게 모두 연락해봤지만 어렵다고 해 결국 시골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올라와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갑자기 집단휴업을 하면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요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립유치원장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휴업(1차 18일, 2차 25~29일)을 예고하면서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전국 사립유치원 재정지원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예고했다. 이번 집단휴업에는 전국 사립유치원의 90%가량(3700여 곳)이 참가할 전망이다.
11일에는 국회 앞에서 7000여 명 규모의 집회도 예정돼 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세미나 장소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이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만 3~5세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외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다양성을 보장하고 ▶설립자의 재산권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전국 4200여 개 사립유치원 중 법인이 운영하는 경우는 50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한유총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현재 24%에서 4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도 반대한다. 추이호 한유총 투쟁위원장은 “국·공립유치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사립과 국·공립 구분없이 형평성 있고 공정한 새로운 유아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추 위원장은 “국·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한달에 98만원이 지원되는데 비해 사립유치원은 지원 금액이 22만원(종일반은 29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유총 측은 “그동안 사립유치원이 영유아 공교육을 담당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균등 무상교육을 위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당초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영유아 1인당 지원액을 2016년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중앙정부와 각 시·도 간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파행을 겪으면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저출산 여파로 원아 수가 급감하면서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유치원이 크게 늘었다”며 “애초 정부 약속대로 누리과정 지원액을 30만원까지는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교육부 앞에서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 확대와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유총은 당시 하루 집단휴업을 예고했다가 철회한바 있다. [연합뉴스] |
학부모들도 집단 휴업 자제를 요구한다. 5살 아들을 둔 워킹맘 최모(37·서울 서초구)씨는 “제발 아이를 볼모로 삼는 것만큼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학부모 이지영(41·대전 문화동)씨도 “학원도 일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휴업을 통보하면 학부모들의 항의로 난리가 난다. 사립유치원들이 학부모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의 사립유치원 지원 방법과 규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그간 한국의 영유아 교육은 대부분 사립유치원이 담당했다고 할 정도로 정부 투자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면서 회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당근’과 ‘채찍’ 정책을 균형있게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현진·박형수·전민희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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