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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쏟아지는 ‘소년법’ 개정안 사이에서 고개드는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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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폐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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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강릉 폭행사건 등 10대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하자며 소년법 개정을 외쳤던 국회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엄벌주의는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청소년 낙인만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소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소년 범죄가 사회 문제화되던 지난 6일부터 이석현·전혜숙·김정우(이상 더불어민주당)·장제원·김도읍(이상 자유한국당)·하태경(바른정당) 의원 등이 앞다퉈 소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을 막론하고 대부분 청소년에 대한 형량완화 제도를 폐지하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미성년자라도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의원들 발의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김도읍 의원) ▶소년이 특정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 소년부 보호사건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안(김정우 의원) ▶‘소년’ 연령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안(장제원 의원) ▶사형이나 무기형의 죄를 범하는 경우 형의 완화를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안(하태경 의원) 등이다.

각 당 지도부도 소년법 개정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6일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각각 “소년법 개정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소년법을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관련 법이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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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5일 공개한 '촉법소년 강력범죄 검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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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형량 강화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량을 대폭 올리는 법안을 내는 일은 돈이나 인력의 투입이 전혀 필요없으면서도 마치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벌주의를 내세워 진짜 논의가 묻히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도 7일 페이스북에 “피해를 당한 소녀와 부모님께 어떤 위로를 해야할지 눈물이 앞선다”면서도 “분하고 화가 난다고 소년법 폐지를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독일 소년법을 고민없이 옮겨왔고 그 뒤에 누더기 개정을 거치며 현실성 없는 소년법이 된 것을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하태경 의원에게 제출한 소년법 개정안 의견 회신에서 ‘소년법을 강화하는 것이 더 많은 청소년을 범죄자로 만드는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년법 적용 연령을 19세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데 우려를 표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소년법 개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의되긴 했지만 쉽게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은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가해자·피해자 의무 격리 조치를 도입하고 의무상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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