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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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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찌릿찌릿 목·허리 통증, 수술 않고 침 놓아 동시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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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침으로 뼈 사이사이 벌려

주변 근육·인대 긴장 풀어

신체조직 손상 없이 통증 완화

목·허리 협착증 한방치료

고령층은 목·허리 협착증을 동시에 앓기 쉽다. 고개를 숙인 자세로 일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다리를 꼬고 앉는 등 잘못된 자세로 생활하면 목·허리를 지탱하는 근육·인대가 서서히 굳고 뭉치면서 신경을 누른다. 치료를 해도 재발하기 쉽다. 어느 새 고질병으로 자리 잡는다. 최근 한의학에서는 지속적으로 통증 관리가 가능한 원리침 치료법에 주목한다. 난치성 통증을 치료·관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한의학적 치료다.

중앙일보

이건목원리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이 목·허리 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원리침을 시술하고 있다. 프리랜서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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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업(75·경기도 군포시)씨는 목·허리 협착증으로 팔·다리가 심하게 저려 일상생활이 힘들다. 허리 통증도 심해 구부정한 자세로 지내다 보니 그 상태로 허리가 굽었다. 견디다 못해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목은 물론 허리에도 세 군데나 협착증이 진행돼 수술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조씨는 지인의 소개로 두 차례에 걸쳐 원리침 치료를 받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울 수 있었다.

사업가 김은식(77·서울 서초구)씨는 목·허리 협착증이 서서히 진행돼 활동성이 뚝 떨어진 다음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몇 걸음만 떼도 다리가 심하게 저렸다. 찌릿한 통증이 발바닥까지 퍼져 50m도 한번에 걷기 어려웠다. 동네 병원을 다녔지만 통증은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원리침 치료를 받고 난 뒤 통증이 사라졌다. 이후에는 아플 때마다 원리침 치료로 통증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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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허리 협착증은 뇌에서 목·몸통·팔·다리 등으로 뻗는 신경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좁아져 생기는 것으로 본다. 나이가 들면 척추뼈 안쪽에 있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진다. 서서히 딱딱하게 굳으면서 주변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긴다. 디스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기도 하지만, 목·허리 협착증은 오랜 기간 만성화하면서 고착된 경우가 많다. 약물로 염증을 완화해도 일시적일 뿐 또다시 재발한다.

원리침 치료는 척추 뼈나 신경·혈관 등 신체 조직 손상 없이 통증을 제거한다. 아플 때마다 끝이 둥근 원리침을 이용해 뼈와 뼈 사이를 벌려줘 목·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준다. 더 이상 신경이 눌리지 않도록 해 통증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을 없앤 것이다. 이건목원리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은 “목·허리에 생기는 협착증은 수술을 하지 않고 한방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통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발할 때마다 시술해도 효과
원리침 치료의 장점은 세 가지다. 우선 반복적인 시술로 지속적인 통증 관리가 가능하다. 목·허리 협착증은 운동을 소홀하거나 생활 방식이 흐트러지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이미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면 재발에 더 주의해야 한다. 수술 후 재발하면 디스크 퇴행으로 인해 더 넓은 범위를 재수술해야 한다. 반면 원리침 치료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목·허리 협착증이 심해질 때마다 반복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피부 절개 없이 최소 침습적 방식으로 치료한다. 피부 표면부터 척추까지 굵기 0.7㎜인 원리침을 찔러 넣어 유착된 부위를 풀어준다. 협착증이 목과 허리에 동시에 생겼을 때도 치료가 가능하다. 국소마취 후 시술이 이뤄져 통증·흉터가 거의 없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도 15분 정도로 짧다. 셋째로 신체 자생력을 개선한다. 한의학에서는 목·허리 협착증으로 신경이 눌리면 혈액의 흐름이 막혀 어혈이 쌓인다고 본다. 이 원장은 “원리침이 기의 순환을 도와 눌렸던 신경·혈관이 스스로 제 기능을 회복한다”고 말했다. 자생력을 회복하면서 오랫동안 눌려 마비됐던 신경도 되살아난다.

비결은 치료에 사용하는 ‘침’에 있다. 이건목원리한방병원에서 사용하는 침은 독특하다. 혈 자리를 자극하는 가느다란 침보다 크기가 굵고 길다. 또 침 끝이 둥글고 완만하게 휘어져 있어 척추뼈까지 깊숙이 찔러 넣을 수 있다.

세계의학계에서도 원리침이 통증을 개선하는 치료 효과에 주목한다. 원리침 치료가 약물·물리치료만으로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이 원장은 “뉴욕주립대병원에서도 목·허리 협착증을 치료하는 데 원리침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리침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도 있다. 이건목 원장과 경희대 한의대 김용석 교수, 원광대 한의대 한종현 교수 연구팀은 목·허리 협착증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평균 1.4회 원리침을 시술하고, 치료 후 1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이들 환자의 평균 나이는 53.1세, 목·허리 협착증을 앓은 기간은 평균 11개월로 약물·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4주 이상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결과 원리침 치료 전 이들의 주관적 통증점수(VAS)는 60.1점(100점 기준)에서 원리침 치료 1년 후 29점으로 떨어졌다. 목통증(NDI)도 치료 전 37.2점(50점 기준)에서 1년 후 17.2점으로 완화됐다(Journal of Pharmacy and Pharmacology, 2015). 원리침 치료를 받은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통증이 여전히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원장은 원리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가 선정한 ‘보건의료인 100인’에 선정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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