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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원인모를 불꽃, 폐쇄기 오작동이 만든 'K-9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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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사고 1차 조사 결과 발표… 순직 장병 2명 눈물의 영결식

지난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사고는 장약(裝藥·포탄을 쏘기 위해 장착하는 화약)이 비정상적으로 연소되며 발생한 연기와 불꽃이 미사용 장약에 옮아 붙으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군이 21일 밝혔다.

육군은 이날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자주포에 포탄과 장약을 장전한 후 폐쇄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와 불꽃이 흘러나왔고, 이것이 다음 탄을 쏘기 위해 적재돼 있던 장약 3개에 옮아 붙으며 큰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이태균 상사·정수연 상병, 잊지 않겠습니다 - 21일 K-9 사격 훈련 중 순직한 고(故) 이태균 상사와 고(故) 정수연 상병의 합동영결식이 열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태균 상사의 동료인 석현규 중사가 추모사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합동영결식은 5군단장(葬)으로 치러졌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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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훈련에서는 당초 포 6발을 사격하기로 했으며, 2발을 발사한 뒤 3발째 발사를 준비하던 중 사고가 났다. 장약에 불이 붙어도 폐쇄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화염이 포 내부로 쏟아지지 않는다. 포를 발사할 때 발생하는 연기나 화염을 차단해서 포신 앞쪽으로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폐쇄기의 역할이다. 군은 왜 폐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견된 폐쇄기가 압력에 의해 벌어진 형태로 약간 변형돼 있었다"며 "폐쇄기 자체의 이상 외에 포신과 폐쇄기 사이의 '밀폐 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장전돼 있던 세 번째 포탄이 발사된 원인도 조사 대상이다. 육군은 "사고 당시 포신에 포탄 한 발이 장전된 상태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K-9 자주포는 폐쇄기가 완전 밀폐돼야만 격발 스위치가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고로 숨진 이태균(26) 상사와 정수연(22) 상병의 영결식이 열렸다. 육군은 두 사람을 순직 처리하고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육군 관계자는 "부상자 5명에 대해서는 완전 회복할 때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명확한 원인 규명으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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