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비정규직·최저임금·법인세…기업·국가경쟁력은 뒷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정부 100일 평가 / 일자리 & 기업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부터 시작해서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최근 법인세·건강보험료 인상까지 문재인정부 100일 동안 재계와 기업을 때리는 정책은 쏟아졌지만 규제 완화, 투자 촉진책 등 기업들의 기를 살려주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동안 재계는 미래 성장동력 확충이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커녕 쏟아지는 규제 폭탄으로 인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 기업활력 제고 등 성장 잠재력 강화를 위한 기업 체질 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계에 더 많은 부담을 지라는 요구만 쏟아내자 재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새로 추진하는 기업 관련 정책 중 친기업적이거나 재계 요구를 수용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기업을 적으로 돌리고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기업을 옥죄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다. 건설사나 조선·철강업체 등은 업종의 특성상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많은데 이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묵시적·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정규직만 채용하라는 압박인데 기업들은 이런 정부 요구가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 자동화를 부추겨 총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매일경제

최저임금·법인세·건보료 인상도 모두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특히 '문재인케어'로 이름 붙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해 인상분의 절반을 부담하게 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끊이지 않는 검찰의 수사는 미래 성장동력까지 잃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석유화학회사 엑시올 인수 막판 단계까지 갔다가 관련 사업을 접은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2조5000억원을 들여 엑시올을 인수해 글로벌 12위권 종합화학회사로 성장할 방침이었지만 당시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부담에 이 같은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 관계자는 "엑시올 인수는 롯데가 글로벌 화학사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쉽게 오기 어려운 기회였다"며 "여전히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 등은 결국 오너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로 적기에 인수·합병이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기업에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면서 기업을 옥죄기만 하는 데 대해서 모순이라는 지적도 많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익을 많이 내고 신규 사업 진출·투자가 활발해야 한다"며 "기업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활력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공공부문은 점점 더 비대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자증세'로 반짝하던 재정에 대한 고민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새 정부의 경제운용 청사진을 담은 '경제정책방향'에도 기업들의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신산업을 막는 규제를 없애는 것에서도 아직 가시적 성과나 방침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는 정부 정책이 5년을 버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재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청와대와 정치인 장관들의 입김이 너무 세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예산·재정 당국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경제 부처에 자율성을 주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소득자의 소득을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방식으로는 '성장'이 일어날 수 없다"며 "노동을 통한 생산성을 올려야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다가는 5년 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잠재성장률이 1%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고소득층과 일부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증세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은 일부에 한정되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은 인하하는 게 추세"라며 "한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길 수 있고,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정부에 임기 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면 오히려 노동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을 개별 근로자 대상으로 일일이 계산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문지웅 기자 / 김세웅 기자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