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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공정위 조사·최저임금 인상…`더블펀치`에 가맹본사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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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프랜차이즈 (上) / 프랜차이즈 CEO 50명 설문조사 ◆

매일경제

"일부 프랜차이즈 오너의 '갑질 행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모든 가맹본사가 '갑'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 대상으로 몰리는 건 견디기 힘듭니다."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프랜차이즈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매일경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작심한 듯 속내를 털어놨다. 이들 CEO는 자성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부 정책이 산업 자체는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프랜차이즈 CEO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맹 관련 불공정행위 근절 대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밝힌 것은 필수품목 마진·원가 정보 공개 부분"이라며 "무작정 정보를 공개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로열티 제도 정착을 위해 정부가 단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주는 부분이 선행돼야 한다"고 털어놨다. 가맹점주들이 로열티 제도에 반감이 있는 만큼 업계 관행 개선을 위한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프랜차이즈 CEO는 "브랜드명만 빼고 모두 똑같이 따라하는 미투 브랜드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 떴다방 식의 무분별한 가맹사업 모집을 양산해낸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맹사업자 모집 방법에 대해 정부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그는 "언제부터인가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진 '3무(無) 정책(가맹비·로열티·교육비 면제)'에 창업자가 현혹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계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제일 먼저 선행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B프랜차이즈 CEO도 "가맹본사의 횡포가 있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양심적인 본사가 더 많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한철 유행 아이템'으로 이 부분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을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C프랜차이즈 CEO는 "미국처럼 카테고리별로 순위를 매겨 공정한 경쟁으로 창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학계에 자문해 신뢰도가 높은 카테고리별 프랜차이즈 순위 공개 제도가 있으면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CEO들은 정부의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불안감도 털어놨다. D프랜차이즈 CEO는 "정부의 규제는 일부 업계를 정화하고 시장 안정화를 이끌어 영업 증진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개별 기업에 대한 일부 품목 내역과 마진 공개는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배치된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역시 인건비 상승을 유발하고, 최저 마진을 갉아먹으면서 결과적으로 판매가 인상을 야기할 것"이라며 "무인주문기나 셀프서빙 등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프랜차이즈 CEO는 "소비 위축·인건비 상승·가격 인상 억제 등으로 자영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음식업은 인건비·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배달앱·배달대행이라는 새로운 비용이 추가됐는데 판매가를 올리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며 "프랜차이즈 갑질을 개혁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가맹점·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 인해 공정하게 사업을 해왔던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F프랜차이즈 CEO는 "취업·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고용 창출을 일궈낼 수 있었다"며 "불공정한 프랜차이즈 몇 군데의 횡포가 모든 업계에 해당하는 것처럼 소개되고, 그래서 열심히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대표까지 사회의 '악의 축'처럼 몰아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G프랜차이즈 CEO는 "현재 프랜차이즈 이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운 상항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프랜차이즈 CEO는 "내년에는 사업을 정리할 생각이다. 한숨만 나온다"며 "자영업, 그중에서도 외식업은 우리 사회의 근간이지만, 그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프랜차이즈에 대한 과도한 정책 집행은 자영업자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토로했다.

[특별취재팀 = 최승진 기자(팀장) / 백상경 기자 / 문호현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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