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자체를 막는 의료 개념의 변화
유전자 분석 기술은 최근 빅데이터와 결합하면서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이제는 199달러짜리 간이 유전자 검사까지 등장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 23앤드미(23and Me)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개인용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허가받았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이나 편의점에서 199달러를 내고 23앤드미의 검사 키트를 구매해 타액을 용기에 담아 23앤드미에 보내면 된다. 23앤드미는 6~8주 뒤에 소비자가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10가지 주요 질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검사 결과를 통보해 준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산업기술센터장은 "한국에서는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검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미국·중국은 한참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코츠데일(미국)=강동철 특파원 |
(왼쪽)침 한방울 톡, 내 유전자로 질병 검사 - 타액 속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 용기를 들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 (오른쪽)생체정보 15억건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 개인 식단과 생활 습관을 모아 유전자 정보에 버금가는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눔 앱. /23앤드미 페이스북·눔 |
구글·애플·아마존 등 미국 인터넷 기업들도 사용자들의 생활 패턴·수면 습관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바이오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글 자회사인 베릴리는 최근 스탠퍼드대, 듀크대 등과 함께 미국인 1만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운동, 수면 등이 건강과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기준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릴리는 앞으로 4년간 참가자들이 착용한 스마트시계를 통해 운동량을 측정하고 침대에 설치한 센서로 수면 습관을 모을 계획이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생활 습관이나 유전자에 따라 사람의 질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목표이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이를 통해) 150세까지 인간 수명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실로 다가온 냉동 인간 프로젝트
지난 5월 15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州) 스코츠데일에 있는 알코어(Alcor) 생명연장재단 건물에 들어서니 철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맥스 무어 재단 CEO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철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높이 6m, 지름 2m 정도의 원통 수십여 개가 늘어서 있었다. 무어 CEO는 "이 원통에는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인체가 보존돼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의 '냉동 인간 부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원통 안에 가득 찬 액체 질소는 인체를 영하 196℃ 이하로 유지해 보존한다. 무어 CEO는 "이들은 현재의 기준으로는 숨졌지만, 미래에 치료법이 개발되면 충분히 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중국 유명 여류 작가 두훙(杜虹)을 비롯한 총 190여 구의 인체가 보존돼있다. 세계적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구글 이사, 나노과학의 창시자 에릭 드렉슬러 박사 등 대기자도 1000명이 넘는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겠다는 재단의 계획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황된 공상과학 영화 속 얘기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기술들은 이 프로젝트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3D 프린터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가 이미 개발돼 있는 만큼 제조 기술과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면 불치병에 걸려 냉동된 사람을 치료한 뒤 되살리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스코츠데일=강동철 특파원(charley@chosun.com);뉴욕=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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