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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최저임금 인상이 급격하다고? 찬반 논쟁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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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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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만원 6·17 걷기대회 만원런’ 행사 참가자들이 지난 6월17일 오후 서울 양화대교를 걸어 건너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며 서울 동교동 지하철 홍대입구역을 출발해 양화대교를 거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축구장까지 행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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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7530원’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확정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입니다. 올해 최저시급 5470원보다 1060원 올랐습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뒤 가장 높은 인상액입니다. 인상률(16.4%)도 2001년(16.8%) 이후 최대 폭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4년간 연평균 인상률은 7.4%, 가장 높았던 노무현 정부의 연평균 인상률은 10.6%였습니다. 19대 대선 당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정부의 ‘승부수’이기도 합니다. 홍장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가계소득을 늘려서 내수를 진작하고, 결과적으로 소득분배와 성장으로 이어가는 소득 주도 성장의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당장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 역시 연일 ‘최저임금 인상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진보 진영에서 보수언론의 논리에 반박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럿 눈에 띕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에서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리하고, 반론 글을 통해 보수언론의 논리에 허점은 없는지 살펴본 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해결이 가능한지 대안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최저임금 16.4% 인상 반발하는 보수언론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와 영세 자영업자의 갈등을 부각합니다. <조선일보>의 17일치 4면 기사 ’편의점·치킨업주 “차라리 내가 다른 가게 알바 뛰는 게 낫지“’나 <동아일보>의 17일치 3면 기사 ’“알바 월급 167만원, 사장은 186만원” 가게 접겠다는 업주들’이 대표적입니다. “지금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영세·중소업체들의 절박한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조치”, “최저임금이 1만원 되면 장사를 접을 것”이란 소상공인들의 발언을 전합니다.

<중앙일보>는 17일치 1면 기사 ‘국민 세금으로 메꾸는 최저임금 7530원’을 통해 ‘세금’ 카드를 꺼내 듭니다. 복지 논쟁 때마다 불거지는 ‘세금폭탄’ 프레임의 연장선입니다.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이슈기도 하죠. 기사는 “정부가 돈을 뿌려서 임금을 보전하는 건 전세계에 유례없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까지 담고 있습니다.

25일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제조업 공장이 국외로 이전한다고 보도합니다. 25일치 1면 기사 ’“최저임금 너무 올라”… 한국 떠나는 기업들’은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이상 되면서 더 버티기 힘들 것으로 판단돼 오늘 이사회를 열고 광주공장 일부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는 김준 경방 대표의 발언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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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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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지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의 발언도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주 전 대표이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주창자와 취지가 모호한 점, 인상 기준과 전망이 부재한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률이 발표된 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일은 저지르고 나서 그 다음날 이를 옹호하는 대신 부작용 경감 대책을 늘어놓는 것은 세상에 처음 본다”는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아이는 태어났는데 내가 그 아이 부모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부모 없는 자식’에 비유하기도 했죠.

■최저임금 인상 찬성론자들의 반박

지난주에 보수언론이나 주 전 대표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이 봇물이 터지는 듯 했다면, 이번 주에는 그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이들이 눈에 띕니다. 먼저 경제학자인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입니다. 정 소장은 24일치 <경향신문> 칼럼 ‘[정태인의 경제시평] 최저임금 타령’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짚었습니다.

정 소장은 먼저 “전 세계의 연구를 모아 놔도 압도적으로 많은 논문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힙니다. 그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과 2006년에 최저임금이 이번과 비슷하게 16.8%, 13.1% 올랐는데 그 다음 몇 해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입니다. 2004년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될 때처럼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모두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영업시간을 8시간으로 줄인다고 소비재 판매가 3분의 1로 줄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영업시간 단축’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이익을 주는 ‘24시간 영업’을 개선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죠.

정 소장은 최저임금이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내수 증가로 이어져 생산과 투자를 촉발할 수 있는 첫 단계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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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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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환 미국 캔자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김 교수는 21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최저시급이 노동시장에 끼치는 효과는 학문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데다, 최저시급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게 경제학의 이론이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깔끔하게 최저시급을 올린다고 고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최저시급을 올려서 고용이 줄어드는 게 꼭 나쁜 것이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높은 임금이 구조개혁을 촉진하고, 생산성 향상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을 못 주는 기업과 자영업자 등이 문을 닫으면 해당 자본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이상을 줄 수 있는 자본으로 흡수된다”며 “이 경우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구조적 고도화가 강제된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또 아직 새로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았는데도 ‘최저임금발 감원 본격화’를 내세우는 보수언론이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이데올로기 투쟁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주진형 전 대표의 글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큰 문제였으면 1989년 이후 평균 9%씩 30년간 12배 넘게 인상한 걸 비판해야지, 지금까지는 가만있다가 16% 인상 한 번 하니까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비판하는 건 좀 뜬금없다. 최저임금 높여서 한국 경제가 망했으면 망해도 진작에 망했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겨레21>이 25일치 기사 ‘최저임금 7530’ 알바와 자영업자의 싸움이 아니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아르바이트와 자영업자, 즉 ‘을과 을’이 편을 가르고 싸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 인건비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안된다는 의견도

반면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고용시장을 둘러싼 제도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노령 인구에 대한 우려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 이진우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제의 문제는) 최저임금 이상의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근로자는 일자리를 구할 생각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잘못 사용하면 아주 위험한 장치이므로 아주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시간당 1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채용할 경우 기왕이면 ‘능력있는’ 혹은 ‘생산성이 높은’ 아르바이트를 채용할 가능성이 커 노령 인구는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제도의 대안으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저소득 노동자나 자영업자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입니다. 한국의 경우 연 소득이 2500만원 미만(맞벌이 가족 기준)일 경우 연간 최대 230만원까지 세금을 돌려주는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합니다.

<는 17일치 “‘최저임금 16% 인상’ 약발 보려면…부작용 처방 함께해야”에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최저임금의 사회안전망 : 빈곤정책수단으로서의 한계’ 보고서 내용을 전했습니다. 윤 위원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보다 덜 받는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중산층이거나 그 이상 계층에 속하는 가구원이며 최저임금 정책은 빈곤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고용이 늘어나고 시간제 근무가 확산돼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 곧 가구의 소득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지적은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하는 것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윤 위원이 최저임금 제도처럼 개별 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제도 보다 가구 단위로 이뤄지는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복지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23일 <중앙선데이>와의 대담에서 근로장려세제와 최저임금제도를 연동할 것을 보완책으로 제시합니다. 이 교수는 “실질적으로 저소득 가구를 도우려면 최저임금보다 근로장려세제가 효율적”이라면서도 “문제는 근로장려세제가 최저임금과 상충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연봉도 뛰면서 근로장려세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 부담 없이 저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면 근로장려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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