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남유선의 워터월드]세계 수영의 평준화…한국도 할 수 있다, 안세현-김서영처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김서영이 지난해 8월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소화하던 중 수영모를 착용하고 있다. 리우 | 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안세현(여자 접영 100m)과 김서영(여자 개인혼영 200m), 두 후배 얘기부터 해야겠다. 첫 종목에서 나란히 결승에 올라 5위(안세현)과 6위(김서영)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후배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엔 이런 큰 대회에서 긴장을 하거나 컨디션 조절에 미숙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다.

안세현은 결승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김서영은 옆 레인 캐나다의 시드니 피크렘이 첫 종목인 접영 50m를 하고 기권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 것 같다. 레이스를 하기 전 선수들은 자신보다 빠른 선수를 겨냥한 뒤 페이스 조절을 한다. 피크렘은 예선에서 전체 2위, 준결승에서 전체 3위를 하는 등 메달권 선수였는데 중간에 사라져서 김서영이 많이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전 계획과 루틴이 깨진 것 같다. 그런 돌발 상황에서도 잘 해준 것은 칭찬하고 싶다.

“남유선이 보유한 한국 여자 수영 메이저대회(올림픽 혹은 세계선수권) 최고 기록(아테네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400m 7위)을 안세현과 김서영이 갈아치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 난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큰 상관도 없고, 메달 못 따면 다 비슷한 것 같다. 이번 결승에서의 5~6위는 후배들 인생에 큰 역사가 됐을 것이다. 아직 안세현은 접영 200m, 김서영은 개인혼영 400m가 남아 있다. 첫 경기가 잘 풀렸지만 한편으론 2%의 아쉬움도 남아 있을테니 두 선수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 같다. 기대가 된다.

더 멀리 내다보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큰 일을 해낼 것 같다. 여자 수영 선수의 경우 10대 후반이 체력적으로 가장 좋을 때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때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어 놓는다면 이후 기술 습득을 통해 기록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국제대회 경험도 중요하다. 체력→기술→경험의 차례로 몸에 녹아들면 안전한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지금 안세현과 김서영이 그렇다. 둘의 기록은 한 두 번 ‘반짝’하는 수준이 아니다. 좋은 성적을 내는데 필요한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쌓여가고 있다. 20대 중반이 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정점에 오를 것이란 생각이다.

이번 대회 중계방송 해설을 하면서 느낀 점은 유럽과 제3세계 선수들의 강세가 확 들어온다. 예전엔 미국과 호주가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을 양분해서 두 나라의 자존심 대결 같은 경향으로 흘러갔다. 이젠 수영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올라가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상승했고 저변도 넓어졌다. ‘언더독’인 영국이 이미 금메달 두 개를 딴 반면 호주는 아직 금메달이 없다. 리투아니아와 같은 작은 나라도 평영을 중심으로 결승 진출 선수를 계속 배출하고 있다. 동남아 싱가포르의 접영 선수 조셉 스쿨링도 지난해 리우 올림픽 남자 접영 100m에서 마이클 펠프스를 이기며 금메달을 따는 게 최근의 세계 수영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요즘 수영 배우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 키도 크고, 소질도 있어 조금만 뒤에서 받쳐주면 쑥쑥 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기량은 나쁘지 않다. 다만 어린 선수들은 환경이나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 중간에 수영을 접는 일이 많다. 대표급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 안타깝다. 올해 미국 대회를 참가하면서 보니까 일본이나 유럽 선수들은 메이저대회 1년 전부터 일찌감치 팀을 꾸려 레이스 경험을 쌓고 컨디션을 맞추더라. 몇 달씩 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만 더 쌓여도 후배들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결국 수영 선배들과 행정가들의 몫이다.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