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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초등때부터 접영 올인… 10년 '나비의 꿈'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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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 접영 100m 세계 5위]

세계선수권서 한국新 2개 갈아치워, 57초07기록… 꿈의 56초대 눈앞

신장 167㎝… 체격 크지 않지만 강력한 스트로크가 강점

박태환 키운 SK팀이 24시간 관리… 심리 상담 통한 정신력 강화도

"도쿄올림픽서 정상에 서는게 꿈"

여자 접영 100m에서 56초대 기록은 '꿈의 기록'으로 꼽힌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수영 역사상 56초대를 기록한 선수는 전 세계적으로 20명이 채 안 된다"고 했다.

한국 여자 수영의 기대주 안세현(22)은 현재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안세현은 25일(한국 시각)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헝가리 부다페스트) 여자 접영 100m 결선에서 57.07초의 한국 신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준결선에서 57초15로 한국 기록을 세우더니 결선에서 0.08초를 또 단축했다. 이는 올림픽을 포함한 메이저 대회 한국 여자 선수 최고 성적이다. 이전 최고 성적은 올림픽 7위(남유선·2004 아테네 개인혼영 400m), 세계선수권 8위(이남은·2005 몬트리올 배영 50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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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안세현은 이제 막 고치를 뚫고 나온 나비와 비슷하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10년이 넘도록 그는 오직 접영(蝶泳·butterfly) 한 종목에 승부를 걸고 꿈을 향해 달려왔다. 세계선수권대회 5위는 그 첫 번째 결실이다. 작년 9월 리우올림픽 여자 접영 100m 준결선에서 안세현이 역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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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이 첫 한국 기록(59초32)을 세운 것은 울산 효정고 1학년 때였다. 이후 같은 기록을 11번 경신했다. 경쟁자가 없었기에 처음을 제외하면 매번 자기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다. 이제 56초대 진입이 눈앞에 다가왔다.

안세현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국 수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접영에 집중했다. 한 종목만 10년 넘게 '올인'한 셈이다. 안세현을 수영 선수로 이끌었던 한량경 울산시청 감독은 "안세현은 자유형과 접영에 모두 능했지만, 세계적으로 자유형은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접영에 올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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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위 사진 오른쪽)과 김서영(왼쪽)은 ‘절친’이다. 둘은 이번 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서로 격려하며 결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안세현의 다음 목표는 도쿄올림픽이다. 그는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오른팔 안쪽에 오륜 문신을 새겼다.(아래) /김서영 인스타그램·연합뉴스


신체 조건은 오히려 불리한 편이다. 안세현의 키는 167㎝다.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접영 1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스웨덴의 사라 요스트롬(24)이 182㎝다. 이번 세계선수권 결선에 오른 8명 중 170㎝ 이하의 선수는 안세현 등 두 명뿐이다. 그럼에도 안세현은 '강력한 스트로크'와 '킥의 리듬'을 무기 삼아 선전했다. 한량경 감독은 "한국의 보통 여자 선수가 스트로크 22~23번으로 50m를 간다면, 안세현은 19번에 갈 만큼 힘이 좋다"며 "킥 리듬도 좋아서 추진력이 보통 선수들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안세현은 '국내 접영 일인자'로 성장했지만 그동안 국제 대회에선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하는 메이저 대회에선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때였다. 그때 안세현은 아직 고치 속에 있었다. 박태환을 후원했던 SK텔레콤 스포츠단이 그를 '제2의 박태환'으로 점찍어 투자를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태환을 가르쳤던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안세현의 접영을 본 순간 "아직 만들어갈 것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후 전담팀 5명이 24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안세현은 매년 4번씩 호주 전지훈련을 떠나 하루 평균 10㎞씩 물살을 가르며 실력 향상에만 집중했다. 박성희 퍼포먼스 심리연구소장이 매주 1~2회 심리 상담을 통해 안세현의 정신력 강화를 도왔다. 훈련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안세현은 작년 8월 리우올림픽 결선 진출 실패 이후 국내외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수영하는 모습이 나비 같아서 접영(蝶泳·butterfly)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안세현은 고치를 뚫고 날아오를 준비를 끝냈다. 리우올림픽 이후 오른팔 안쪽에 오륜 문신을 새긴 안세현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정상의 자리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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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 출전한 김서영(23)은 2분10초40으로 6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개인 혼영 결선에 진출한 건 그가 처음이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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