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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4조4000억원 중계료 걷어찬 MLS… "축구 전통보다 미국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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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승강제' 조건 내걸자 "미국엔 플레이오프 전통있다"

신규팀 가입금 축소도 원인

피 터지는 강등 전쟁과 드라마 같은 승격 스토리는 세계 축구 리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 K리그를 포함해 전 세계 대다수 축구 리그는 1부 리그 하위팀과 2부 리그의 상위팀을 교체하는 '승강제'를 택하고 있다. 우승권에서 떨어진 팀도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해 리그 전체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 스포츠 천국 미국은 축구에서만큼은 아웃사이더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승강제를 계속 거부해왔다. "마이 웨이"를 외쳐 온 미국 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 사커)가 급기야는 "승강제가 싫다"며 10년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의 중계권 계약안을 걷어찬 사실이 25일 스포츠비즈니스저널(SBJ) 보도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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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회사 MP&실바는 지난달 말 MLS에 "승강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광고 수입이 증가한다. MLS뿐 아니라 하부 리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계권 계약 조건으로 승강제 도입을 내걸었다. 미국에는 MLS 외에도 2부 리그 격인 북미사커리그(NASL), 3부 격인 유나이티드사커리그(USL)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MLS는 단칼에 거절했다. 제시된 중계권료의 연간(年間) 금액은 4400억원대로 현재(연간 약 1000억원·8년 계약)의 4.4배에 달한다. '승강제' 때문에 현재보다 총액 3조6000억원 많은 돈을 포기한 것이다.

MLS 측은 "승강제가 축구의 전통이긴 하지만 미국엔 플레이오프라는 전통이 있다"며 현 방식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MLS는 현재 22개 팀을 동·서부 콘퍼런스로 나눠 야구 메이저리그나 농구 NBA처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연봉 총액 상한제(샐러리캡)나 드래프트 제도도 리그 차원에서 운영한다. 돈 가버 MLS 총재는 "농구·야구·미식축구가 단일 리그로 성공한 것처럼 축구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LS에서 승강제 도입에 부정적인 이유 중엔 재정 문제도 있다. MLS는 최종적으로 현재의 22개 팀을 28~32개 팀까지 확장하려 한다. 신규 가입하는 팀은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내야 하는데, 승강제가 도입돼 하부 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이 생기면 가입금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MLS의 '통 큰 거절'을 놓고 미국 축구 팬들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언제까지 미국만 전 세계와 동떨어진 축구 리그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 거냐" "우리 리그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승강제"라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MLS는 북미 지역 스포츠 시장의 현실성에 기반해 답을 내놓은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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