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승강제' 조건 내걸자 "미국엔 플레이오프 전통있다"
신규팀 가입금 축소도 원인
프로 스포츠 천국 미국은 축구에서만큼은 아웃사이더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승강제를 계속 거부해왔다. "마이 웨이"를 외쳐 온 미국 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 사커)가 급기야는 "승강제가 싫다"며 10년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의 중계권 계약안을 걷어찬 사실이 25일 스포츠비즈니스저널(SBJ) 보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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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회사 MP&실바는 지난달 말 MLS에 "승강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광고 수입이 증가한다. MLS뿐 아니라 하부 리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계권 계약 조건으로 승강제 도입을 내걸었다. 미국에는 MLS 외에도 2부 리그 격인 북미사커리그(NASL), 3부 격인 유나이티드사커리그(USL)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MLS는 단칼에 거절했다. 제시된 중계권료의 연간(年間) 금액은 4400억원대로 현재(연간 약 1000억원·8년 계약)의 4.4배에 달한다. '승강제' 때문에 현재보다 총액 3조6000억원 많은 돈을 포기한 것이다.
MLS 측은 "승강제가 축구의 전통이긴 하지만 미국엔 플레이오프라는 전통이 있다"며 현 방식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MLS는 현재 22개 팀을 동·서부 콘퍼런스로 나눠 야구 메이저리그나 농구 NBA처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연봉 총액 상한제(샐러리캡)나 드래프트 제도도 리그 차원에서 운영한다. 돈 가버 MLS 총재는 "농구·야구·미식축구가 단일 리그로 성공한 것처럼 축구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LS에서 승강제 도입에 부정적인 이유 중엔 재정 문제도 있다. MLS는 최종적으로 현재의 22개 팀을 28~32개 팀까지 확장하려 한다. 신규 가입하는 팀은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내야 하는데, 승강제가 도입돼 하부 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이 생기면 가입금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MLS의 '통 큰 거절'을 놓고 미국 축구 팬들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언제까지 미국만 전 세계와 동떨어진 축구 리그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 거냐" "우리 리그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승강제"라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MLS는 북미 지역 스포츠 시장의 현실성에 기반해 답을 내놓은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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