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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박근혜 정부 초, 장관·수석까지 움직여 “KAI 사장 하성용 앉혀라” 대주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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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과 주무 부처 장관을 통해 하성용 전 대표(66)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 선임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임 대표 임기가 5개월여 남았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금융기관을 압박해 하 전 대표 선임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KAI의 대주주(지분율 26.41%)였던 옛 한국정책금융공사 고위관계자 ㄱ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013년 3월 초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으로 장관 후보자였던 현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KAI 사장을 바꿔야 한다’며 하 전 대표를 콕 집어 얘기했다”며 “일면식도 없는 윤 의원이 갑자기 전화해 하 전 대표 얘기를 해 의외였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옛 상공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말에 옛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1차관이 된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 장관에 취임했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ㄱ씨는 “윤 의원 전화를 받고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윤 의원이 오버하네. 내가 알아볼게요’라는 답변을 들었으나 2013년 4월 말쯤 조 전 수석이 ‘정부 뜻’이라며 하 전 대표를 KAI 사장에 선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 전 대표는 그해 5월12일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에 내정돼 5월20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됐다.

전임인 김홍경 전 KAI 대표는 임기 4개월을 남겨둔 2013년 4월 넷째주쯤 임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ㄱ씨는 “윤 의원 전화 이전에 이미 김 전 대표로부터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정책금융공사에 전화를 한 사실이 없고 기억도 없다”며 “우리(정부)가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난 KAI를 모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하 전 대표를 비호했다는 의혹은 이번달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불거졌다. 하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법정상한액인 1000만원을 기부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 경찰, 감사원에는 2013~2015년 하 전 대표의 비위 첩보가 접수됐지만 하 전 대표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 전 대표가 2014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등 청와대 측과 옛 여당 중진의원에게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과 관련한 청탁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다음달 초쯤 하 전 대표를 불러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먼저 조사할 예정이다. 하 전 대표는 지난 20일 사임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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