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폭염·폭우에 모기도 비실… 개체수 작년의 절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질본, 지역별 모기 채집·분석

초여름 가뭄으로 번식 못하고 최근엔 집중호우로 활동 못해

장마 끝나면 다시 늘어날수도

- 모기에 관한 속설 팩트체크

O형 피를 좋아한다? ×

잘 안씻으면 물린다? ○

"여기가 모기 많이 나오는 명당이에요. 공격적인 데다가 집착이 강한 놈들이죠."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 양성찬 연구원이 17일 전북 군산 시내 한 수풀 지역에 모기 채집용 트랩(덫)을 설치하면서 말했다. 잠시 트랩 설치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손등을 보니 모기 2마리가 나란히 앉아 피를 빨고 있었다. 긴 팔, 긴 바지로 무장했는데도 트랩을 설치하는 2분여 동안 6방을 물렸다. 연구팀은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매달 2회씩 시내 공원이나 학교, 축사, 철새 도래지 등에서 모기를 채집한다.

조선일보

덫에 걸린 모기 - 25년 동안 모기를 연구해 온 질병관리본부 이욱교(오른쪽) 보건연구사와 양성찬 선임연구원이 지난 18일 전북 군산 철새 도래지 인근에서 냄새로 모기를 유인하는 BG-트랩에 잡힌 모기 종류를 확인하고 있다. BG-트랩에선 40km 행군을 마친 군인 발 냄새 같은 고린내가 난다. /최원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각 지점에서 잡힌 모기 평균 개체 수는 4월 49마리, 5월 132마리, 6월 185마리였다. 작년에 4월 85마리, 5월 324마리, 6월 420마리가 잡힌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욱교 보건연구사는 "초여름에는 가뭄이 이어지면서 모기가 잘 번식하지 못했고, 비가 올 땐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 모기가 제대로 기를 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적당히 와 물웅덩이가 많이 생겨야 모기가 알을 낳는데, 그런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올여름 장마철이 지나면 모기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보다는 개체 수가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넓게 보면 한반도에서 모기가 늘고 있다. 각 지점에서 채집된 모기 평균 개체 수는 2013년 515마리에서 2016년 594마리(8월 기준)로 3년 새 15% 늘어났다. 대체로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지구 온난화 등 영향으로 같은 기간 12.9도에서 13.6도로 올라간 것과 비례한다.

조선일보

25년 동안 모기를 연구했다는 이욱교 연구사는 "모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며 모기가 혈액형 O형 피를 좋아한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 연구사는 "미국과 일본에서 모기가 A형이나 B형보다 O형을 좋아한다는 논문이 있지만, 학계에선 정확하지 않은 실험결과로 결론났다"며 "모기가 사람 피를 빨아먹기 전에 혈액형을 알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잘 안 씻는 사람을 잘 문다는 속설은 틀린 말이 아니다. 모기가 땀에서 나는 젖산이나 유기산 등 체취를 좋아하고 체온이 어느 정도 높을수록 좋아한다. 자주 씻으면 땀 냄새가 줄고 체온도 내려가기 때문에 훨씬 덜 물린다.

방충망을 꼼꼼히 쳐놔도 항상 집안에 모기가 출몰하는 미스터리에 대해선 "그만큼 모기가 침투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충망을 꼼꼼히 쳐도 조금만 틈이 생기면 귀신같이 파고든다는 것이다. 하수구에서 자라난 성충이 하수관을 타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밤에 모기 1~2마리가 정 신경이 쓰이면 모깃소리가 들리는 즉시 불을 켜라고 조언했다. 시각이 약한 모기는 갑자기 환해지면 적응하지 못하고 근처에 내려앉는 속성이 있는데 그때 잡으면 된다고 했다.

[최원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