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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도장업은 3D 업종? 이젠 스마트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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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企의 미래, 스마트공장 ◆

매일경제

이병기 대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따라 이동하는 도장 제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나노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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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은 한국나노텍에 제2 도약의 기회가 됐죠. 지난해는 이익이 늘어 전 직원 임금을 10%씩 올렸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한국나노텍은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기계, 김치냉장고 속판 등을 도장하는 '분체(분말) 도장' 전문기업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삼성SDI, LG화학, LS산전 등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며 국내 페인트 업체들과 계약을 통해 페인트 총판도 하고 있다.

이병기 한국나노텍 대표는 1988년 창업 이후 30년 가까이 도장업 한 분야만 파고든 전문가다. 그는 "군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하기 전 페인트 매장에서 8개월가량 일하면서 도장업을 처음 접했다"며 "당시 국내 경기가 좋아 도장업의 미래 사업성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분체 도장은 전기 자극으로 원재료에 도장(페인트) 분말이 부착되면 순간적으로 160~200도의 높은 고열로 용해돼 도막을 만드는 방식이다. 시너가 사용되는 액상 도료에 비해 인체와 대기환경에 무해한 친환경 방식이어서 최근 이용이 늘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 공장 스마트화에 나선 건 2012년부터다. 중소기업청의 일부 지원과 자사의 투자로 공장 라인을 자동화하고 생산관리시스템(MES)을 갖췄다.

수작업으로 서류에 입력하던 데이터를 자동화하자 공정 관리에 매달렸던 인력이 여유 시간을 확보하면서 전반적인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품질도 개선됐다. 매출액과 이익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이에 2015년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지원으로 본격적인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섰다. 공장 단계별로 센서를 설치해 숙련 기술자들이 수작업으로 해오던 공정 관리를 대부분 자동화했다.

우선 공장에 원재료가 입고되면 수량과 특이사항, 도장 색상 등을 기록한 바코드가 제품별로 프로그램에 기록된다. 이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기록했다. 470m에 달하는 컨베이어 라인에 원재료가 실려오면 기본적인 이물질 제거부터 세척과 건조 등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때 바코드에 기록된 원재료 특성에 맞춰 물세척기 수압과 건조기의 에어압·온도 등이 자동 조절된다. 이 대표는 "원재료의 크기나 굵기 등에 따라 강약을 모두 자동 조절하고 있다"며 "또 원재료가 컨베이어 벨트에 떨어지면 센서가 이를 포착해 공정이 자동 정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정이 자동화되면서 컨베이어 진행 속도가 이전에 1분당 2.3m에서 4m로 빨라졌다. 앞으로 6.4m까지 공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불량률도 소수점 이하로 떨어졌는데, 시간 단위로 모니터에 불량률이 자동으로 표시되면서 즉시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불량률을 제대로 계량화조차 못했다"며 "불량률이 떨어지자 품질이 개선되고 주문이 늘면서 매출액이 덩달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나노텍 블로그에는 누구라도 공장 라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공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만큼 공장 환경이나 효율적인 생산 라인에 자신감이 있어서다. 페인트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냄새와 분진이 날리는 모습으로 '도장 공장'을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 대표는 "도장업이라면 대표적인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업종'으로 인식되는데,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이를 확 바꿔놓고 있다"며 "앞으로는 컴퓨터 조작에 익숙한 젊은 층이 도장업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나노텍의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에 육박한다. 그중 도장 부문 매출은 자동화를 도입하기 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생산성이 좋아지자 이익률도 크게 나아졌다고 한다. 내년 초에는 아예 도장 업무를 전자동으로 할 수 있는 첨단 기계를 미국에서 들여올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스마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포장·배송 단계까지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생산성을 크게 높여 직원 임금을 이전보다 두 배 올려주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안산 =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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