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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선수교체’ 잦은 코스닥… 2년새 시총 10위권 절반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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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변화 민감-코스피 이전 원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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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코스닥 시가총액 1위는 NHN(현 네이버)이었다. 지금은 코스피로 옮겨가 시총 7위 기업이 됐고, 주가는 10만 원대에서 80만 원대로 뛰었다. 당시 코스닥 2위는 인터넷강의 돌풍을 몰고 왔던 사교육업체 메가스터디로, 지금은 코스닥 483위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유독 선수 교체가 잦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년 전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안에 있던 기업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5개뿐이다. 2008년 코스닥 시총 10위 기업 중에는 동물의약품 전문업체인 코미팜 한 곳만 남아 있다.

현재 시총 10위권 내 종목 중 5위인 코미팜과 6위인 SK머티리얼즈, 10위 GS홈쇼핑은 2년 전에는 10위권 밖에 있었다. 7위인 휴젤과 9위 신라젠은 각각 2015년 12월과 2016년 12월에 코스닥에 입성한 새내기다. 그나마 2011년부터 부동의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과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시총 상위 종목이 자주 바뀐 것은 몸집이 큰 코스피에 비해 산업 변화에 민감한 성장형·기술형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총 10위 종목에는 산업지형의 변화가 그대로 반영된다. 2008년 코스닥 대표선수들은 NHN과 다음 등 인터넷 기업이나 태웅, 태광, 평산, 성광벤드 등 제조업체들이 주류를 이뤘다. 당시 국내 조선업계 호황으로 선박용 부품을 만드는 코스닥 업체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에 홈쇼핑 업체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13년 시총 10위 기업 중에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2위와 6위로 올랐다. 한류 열풍을 타고 에스엠과 로엔 등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 업종이 코스닥을 주름잡고 있다. 1위 셀트리온을 비롯해 메디톡스와 코미팜, 휴젤, 바이로메드, 신라젠 등 6개 기업이 모두 바이오 기업이다.

코스닥에서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것도 잦은 선수 교체의 원인이다. 게임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는 2003년에, 정보기술(IT) 대장주인 네이버는 2008년에 코스피로 둥지를 옮겼다. 이달 10일에는 코스닥 2위였던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코스닥 입장에선 상실감이 크지만 기업으로선 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코스피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코스닥이 ‘2부 리그’처럼 인식되는 것에 반해 정작 코스닥이 벤치마킹한 미국의 나스닥은 그 위상이 다르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흥행 몰이를 하는 나스닥은 굴지의 대형 IT 기업들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GM과 포드의 시가총액 규모를 앞지르는 나스닥 기업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페이스북, 애플 역시 나스닥에서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마이너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의 나스닥처럼 기술주 중심의 차별화된 시장이 되려면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 부실 기업은 솎아내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이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벗어나 기관과 외국인투자가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연기금의 소형주 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자산운용 규제를 풀고,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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