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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최저임금 1만원] 무리한 ‘평균 임금’ 통계 왜곡이 1만원 인상 공약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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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문재인 대통령이 구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향해’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대해 “1년간 성과를 살펴보고 (추가) 인상 여부를 살피겠다”며 속도조절론을 꺼냈다. 19일 야 4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다. 이날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청신호를 켰다”면서 향후 인상 계획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피했다.

청와대가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시급 1만원 2020년 달성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소상공인의 반발이나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시급 1만원이 실제 노동시장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는 점이 핵심 요인이다. 5인 이상 상용근로자 임금총액 평균을 기준으로 채택하자는 노동계 쪽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평균임금’ 50%, 알고보면 중위임금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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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근거는 간단하다. 시급 1만원이 2020년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 임금총액의 50% 수준이라는 것이다.

임금총액에는 기본급과 통상적인 수당을 합친 정액급여에 연장·휴일·야간 근로에 대한 수당인 초과급여와 상여금·성과급·학자금을 포괄하는 특별급여까지 포함돼 있다. 이 기준은 민주노총 등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돼 왔다. 2016년 기준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이 임금총액(1만8536원)의 32.5%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민주노총은 5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 근로자의 정액급여를 비교 기준으로 삼다가 몇 해전 임금총액으로 바꾸었다. 2012년 문재인 당시 의원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기준도 임금총액이 아니라 정액급여였다.

문제는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임금 총액’의 ‘평균’ 이라는 기준이다. 노동시장에서 고임금 대기업 정규직과 저임금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급여 차이는 매우 크다. 이 기준대로 한다면 영세 소기업 근로자가 많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높은 숫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는 “사용자와 노동계 양 쪽 모두 본인들에게 유리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며 “노동계의 기준은 인상 폭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협상 논리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보통 최저임금 산정에 활용되는 중위값(median·크기 순으로 정렬했을 때 한 가운데 값)이 아니라 평균을 채택한 것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고임금 대기업 정규직이나 전문직을 포함해 계산하면 중위값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임금 중위값은 시간당 1만982원, 평균값은 시간당 1만4038원이다. 최저임금은 각각의 54.9%, 43.0% 수준이다. 하지만 5인 이상 사업장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32.5%로 떨어진다.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평균 임금총액이 1~4인 사업체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정액급여 중위값보다 48.2% 많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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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시급 1만원 공약에서 가정한 대로 상용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을 정액급여의 경우 연 평균 3.55%, 임금총액은 연 평균 3.325%로 놓고 계산하면 시급 1만원은 정액급여 중위값의 79.2%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저임금 상대수준(중위임금 대비 비율·2015년 현재)이 가장 높은 터키(70.2%)보다도 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터키 다음인 칠레(66.2%), 프랑스(62.3%), 뉴질랜드(59.8%) 보다도 높다.

시급 1만원은 한국 노동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되면 연간 실질 최저임금은 2만2282달러로 오스트레일리아(2만1967만달러·2016년 현재)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18년 실질 최저임금은 연 1만7450달러(구매력평가지수 환율 기준)으로 영국(연 1만7568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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