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 비친 고달픈 젊음
알바에 찌든 취준생·공시생 등장
달달한 연애 대신 팍팍한 현실 다뤄
‘쌈,마이웨이’ 두 자릿수 시청률
드라마·광고 이어 웹툰까지 가세
고달픈 현실이 TV 청춘물 소재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취업을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도 쉽게 못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사진은 KBS2 ‘쌈,마이웨이’.[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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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캠퍼스와 영화 같은 사랑이 등장하는 청춘물이 가고, 팍팍한 현실 가득 담긴 청춘물의 시대가 도래했다. 시청률 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했지만 12%까지 올라서며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를 하고 있는 ‘쌈, 마이웨이’는 청춘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쌈, 마이웨이’는 좌절하는 흙수저 청춘들의 이야기다. 아나운서가 꿈인 최애라는 뉴스데스크 대신 백화점 안내데스크에서 일하지만, 그마저도 VIP 고객의 갑질에 그만둔다. 친구 고동만(박서준 분)은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진드기 박멸 기사 일을 하고, 뒤늦게 격투기의 길로 들어선다. 제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고달픈 청춘들이지만 이들은 “울고 싶을 땐 센 척하는 게 쿨한 게 아니고 그냥 우는 게 쿨한 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백마 탄 왕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에게 구애하던 의사가 바람둥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 애라는 “신데렐라 기지배는 이젠 드라마에서도 안 먹혀, 유리 구두는 개나 주라”고 말한다. 신데렐라 사랑을 대신한 건 현실 연애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청춘들에게 연애는 사치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이란 이름으로 선을 긋고 연애를 주저하지만 감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는 법. 그래서 더 짠한 현실 연애가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낸다.
고달픈 현실이 TV 청춘물 소재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취업을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도 쉽게 못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JTBC ‘청춘시대’.[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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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대학에 가서 풋풋한 사랑을 하고, 직장에서 자아를 실현하는 게 높은 벽이 됐다”며 “사극이나 판타지가 아니라면, 더 이상 한가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젊은 세대들이 호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춘들의 팍팍한 현실이 바꿔놓은 건 드라마뿐이 아니다. 감성광고의 대명사인 ‘박카스’의 광고를 들여다보자. 2003년 병무청 시력검사에서 보이지 않는 숫자를 외우며 “군대에 꼭 가고 싶다”고 외치던 패기 넘치는 청춘은, 2017년 생일 날에도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웃으며 “난 오늘 나에게 박카스를 사줬습니다”라며 스스로를 달랜다.
고달픈 현실이 TV 청춘물 소재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취업을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도 쉽게 못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tvN ‘혼술남녀’. [사진 각 방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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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의 고민정 작가는 “자꾸 포기하다보니 잔뜩 움츠린 채 살아가는 청춘들을 응원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며 “면접에 떨어지고 재도전하는 취준생, 어느덧 자신을 잊고 있었다는 초보맘 등 다양한 독자로부터 위로 받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결혼 등 포기해야 할 게 많아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어지면서 이같은 세태가 대중문화에 녹아들어가고 있다”며 “가볍지 않은 소재지만 이를 경쾌하게 그리며 젊은 세대들을 위로 내지는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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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드라마 속 명대사
“꿈 없는 척 사는 게 낫지, 있으면 괜히 사람 마음 찌질해져요.” (KBS ‘쌈, 마이웨이’ 고동만)
“연애 다 하고 놀 거 다 놀면 합격은 언제 하라구.” (tvN ‘혼술남녀’ 채연)
“울어도 소용 없을 땐 어린 아이도 울지 않는다.” (JTBC ‘청춘시대’ 윤진명)
“고시원 살면서 알았다. 손바닥만 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값이 7만원쯤 한다는 거” (MBC ‘자체발광 오피스’ 기택)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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