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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남북 스타일은 달라도 “얍~” 태권 기합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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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 ITF 시범단 전주공연, 남 WTF도 함께

남, 댄스 가미 즐기는 태권도 공연

북 파괴력, 태권도의 정통성 강조

관중들 한반기 흔들고 평화통일 외쳐



한 뿌리, 두 갈래. 비록 남북이 추구하는 태권도 스타일과 색깔은 다소 달랐지만, 그 정신과 기합 소리는 하나였다. 둘은 태권도를 통해 다시 하나가 됐다.

북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과 남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의 두번째 합동 공연이 열린 26일 오후 전주시 전북도청 대강당. 공연 몇시간 전부터 주변은 대회 관계자와 취재진, 이를 보러온 전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24일 저녁 2017 세계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 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위짜이칭 부위원장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 태권도 시범단이 10년 만에 다시 선을 보였지만 이번에도 관심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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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범공연을 마친 세계태권도연맹-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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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전북본부’ 회원 등 일반인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평화통일”을 공연 중간중간 외쳤고, 송남호 감독이 이끄는 북 시범단 16명(여성 2명 포함)은 보란 듯 특유의 파괴력 넘치는 공연으로 관중을 열광시켰다. 특히 조선태권도위원회 김영월 해설사가 지난번에 이어 특유의 고운 목소리로 공연 내용을 일일이 소개해줘 흥미를 배가시켰다.

북 시범단은 2m 남짓 길이의 각목 수십개, 최고 두께가 10㎝나 되는 송판들, 100장이 넘는 기왓장, 벽돌까지 준비해 위력적인 격파, 그리고 1명이 여러 명을 단숨에 때려눕히는 호신술 등 다양한 태권도 기술을 선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2겹 3겹으로 된 5㎝, 8㎝ 두께의 송판들이 줄줄이 부서져 공중으로 튀었고, 90개의 기왓장을 불과 몇초 사이에 와르르 깨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근육질의 사범 3명은 긴 각목으로 얻어맞으며 버티는 강인함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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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시범단의 해설을 맡은 조선태권도위원회 김영월 해설사가 <한겨레> 취재진의 촬영 요청에 밝게 웃으며 응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오늘의 마지막 공연으로 집체틀, 통일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조선 민족은 하나, 조선 민족이 만든 무도도 하나, 조선 민족의 최대 숙원도 통일이라는 것을….” 김영월 해설사의 설명이 있은 뒤 9명이 절도 넘치고 위력적인 틀(품새) 동작을 선보였고, 이어 40여분 동안의 격렬한 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개막식 때는 10㎝ 두께의 송판 격파에 몇차례 실수를 보여줬지만, 이번엔 리금철 7단이 발차기로 두차례 가볍게 뽀개버려 북 태권도의 가공할 파괴력을 증명해보였다.

“남북한 태권도의 시범공연 색깔은 완전 다릅니다. 남쪽은 댄스가 가미된 즐기는 태권도라면, 북쪽은 파괴력과 태권도의 정통성을 앞세우는 스타일입니다.” 나일한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 단장은 둘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양진방 세계태권도연맹 사무국장도 “태권도는 크게 시범, 품새(틀), 겨루기 등 3가지 범주가 있다”며 “시범 쪽으로 보면, 우리는 회전을 많이 하고 점프를 높게 하고 체공 중에 여러가지 격파를 하는 등 고난도 기술 3가지 요소를 강조하는 반면, 북은 위력과 파워 위주여서 시범의 템포가 느리고 리듬감이 떨어지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경우 공중에서 720도, 900도 도는 묘기가 나오고, 공중에서 4~5번도 찬다. 그러다 보니 위력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은 파워 위주여서 동작이 크고 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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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이 공연 말미에 ‘평화는 승리보다 더 귀중하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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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학생 위주로 외국인 유학생 10명을 포함해 30명으로 짜인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이날 공연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경쾌한, 때로는 구슬픈 음악과 북소리에 맞춰 춤추듯 품새 동작을 일사불란하게 선보였다. 이들은 3m 이상 되는 높이에 있는 송판도 공중으로 힘차게 몸을 날려 격파하는 시범까지 보여줘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북 시범단의 박수도 받았다. 공연 뒤 이들은 북 시범단을 향해 “평화는 승리보다 더 귀중하다”(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는 내용의 펼침막 세리머니를 했고, 북 시범단을 포함한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그 순간 관중석에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소리가 잔잔하게 퍼져나왔다.

전주/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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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전북도청 공연을 마친 자리에 부서진 벽돌과 기왓장이 널려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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