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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오너 경영, 늑장 대응에 무너진 ‘에어백 제국‘ 다카타…끝내 파산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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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채 10조원…일본 제조업체 최대 규모

세계 3대 제조사…결함 알고도 늑장 대응

소비자 불신 치명타…오너 책임론 제기



에어백 대량 리콜 사태와 은폐 논란을 일으킨 세계적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일본 다카타가 1조엔(약 10조19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했다. 결함을 계속 숨기다가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 회사의 문을 닫는 최악의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다카타는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 도산 관련 법의 하나인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미국 자회사 티케이(TK)홀딩스를 포함한 국외 자회사 12곳도 비슷한 내용의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조 적용을 신청했다. 다카타는 앞으로 법원 관리를 받게 되며 주식은 다음달 27일 상장폐지된다. 다카타의 설비는 중국 닝보에 본사를 둔 조이슨전자의 미국 자회사인 키세이프티시스템스(KSS)가 1750억엔에 인수한다. 키세이프티시스템스는 내년 3월까지 다카타의 사업 중 리콜 관련 분야만 빼고 모두 넘겨받기로 했다. 다카타는 에어백 결함을 일으킨 팽창장치인 인플레이터 리콜 대응이 끝날 때까지만 일부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카타 회장 겸 사장인 다카타 시게히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쳤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카타는 에어백이 펴질 때 부품 일부가 파손되면서 금속 파편이 운전자와 승객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치명적 결함이 있는 제품을 2000년께부터 판매했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1억2000만개의 에어백이 리콜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3월말 기준 부채 총액은 3800억엔에 이른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단 대신 부담한 리콜 비용까지 더하면 부채는 1조엔이 넘는다.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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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타는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체였다. 1962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마네킹을 이용한 안전벨트 실험을 실시했고, 76년 일본 최초로 에어백 개발을 시

작했다. 시장점유율 20%대로 세계 3대 에어백 제조 업체로 성장했다.

제품 결함도 문제이지만 은폐가 더 큰 화를 불렀다. 다카타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2004년 실험을 통해 에어백 결함을 발견하고도 이를 묵살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014년 다카타의 전 연구실 직원을 인용해 폭로했다. 10년 이상 제품 결함을 숨겨온 것이다. 미국에서 우려가 커지자, 2008년 혼다가 다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자사 차량을 리콜했다. 2009년에는 미국에서 다카타 에어백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일어났다. 다카타 에어백 관련 사망 사고는 지금까지 17건으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내 여론 악화를 우려한 혼다가 2014년 말 미국 전역에서 다카타 에어백 장착 차량을 리콜했지만, 다카타는 그때도 리콜을 거부했다. 사고 원인을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버텼다. 다카타는 2015년에야 미국 전역에서 리콜을 실시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법무부가 다카타 전 간부 3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다카타는 유죄를 인정하고 10억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오너 경영이 다카타의 부실한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다카타는 창업 3세인 다카타 시게히사가 경영해왔다. 1980년대만 해도 오너 경영이 강점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강한 리더십으로 에어백 개발을 밀어붙였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에어백 결함 의혹이 터지고 나서 다카타 회장은 경영 책임으로 이어지거나 주식 가치에 손해를 끼칠 대책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다카타는 법원을 통하지 않고 채권자와 직접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채권자 쪽은 응하지 않았다. 실기를 거듭한 끝에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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