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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일일 단원 된 스타 협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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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2일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오른쪽)와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사진 제공 =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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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봉을 잡은 이날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의 협연자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였다. 1부에서 슈만의 낭만적 첼로 협주곡을 마친 그가 앙코르로 아름다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과 로스트로포비치의 재기발랄한 선율까지 연달아 들려주자 장내가 후끈 달아올랐다. 실력 못지않게 외모도 빼어난 그를 두고 "잘생긴 데다 어쩜 매너도 저리 좋으냐"며 여성 관객들이 수군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첼리스트가 선사한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부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시작되자 게르하르트는 시향의 첼로 섹션 맨 뒷줄에 천연덕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원래 일부인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주변 단원들의 표정에는 신기하고 재미 있다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게르하르트는 장대한 선율로 가득한 브루크너의 64분짜리 대곡을 단원의 한 명으로 멋지게 마쳤다.

세계적 명성의 스타 협연자가 자신의 연주가 끝난 뒤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는 것은 분명 보기 드문 일이다. 이날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리허설에서 게르하르트는 슈텐츠와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연주를 보고는 본인도 2부에서 단원으로 연주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먼저 제안했다. 그는 평소 슈텐츠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해볼 기회를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한다.

연주를 마친 뒤 소감을 묻자 게르하르트는 "초견(악보를 처음 보고 별도 연습 없이 연주하는 것)으로 참여한 터라 사실 연주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협연과는 또 다른 즐거운 경험이었고 관객 호응도 좋아 신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튿날 같은 시향 공연 2부에서도 단원으로 참여했다. 게르하르트는 2014년 서울시향과 진은숙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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