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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번주 윤리위 조사결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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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제기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대법원 내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가 이번주 중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윤리위는 26일 마무리 회의를 갖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1~2일 후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될 결과에 따라 최근 두드러진 법원 내부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리위는 26일 회의에서 연구회에 대한 사법개혁 연구 행사 축소 요청 논란을 일으킨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사법연수원 18기) 등 관련자의 책임 여부와 징계 권고 필요성을 논의하게 된다. 이인복 전 대법관(61·11기)이 위원장을 맡았던 진상조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도 재검토한다. 지난 4월 양승태 대법원장(69·2기)은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 이후 이번 사태를 윤리위에 회부했고, 윤리위는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우선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을 관리했다는 '블랙리스트' 성격의 문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조사위 결론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그동안 △블랙리스트는 없고 △통상 업무를 위해 정리한 자료가 있을 뿐이며 △그런 자료는 법관 인사와 무관하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최근 일선 판사들은 법관회의에서 자체적으로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윤리위 발표 결과가 집단행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신설된 법관회의 게시판의 익명글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행정처가 법관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듣기 위해 설치했지만 익명에 숨은 인신공격과 도를 넘는 비방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말엔 "연구회 일부 강성 판사들 몇몇이 수뇌부 비난글을 반복 게시해 다수인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지방 고등법원의 한 중견 법관은 "비슷한 문체와 표현의 글이 비슷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걸 보면 같은 사람이 다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양 대법원장을 '양승태 씨'라고 공식적인 직함 없이 올린 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설민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8·25기)는 지난 주말 이 게시판에 실명으로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익명 표현 뒤에 숨어 있을 뿐 어떻게 국민 앞에 판사라고 할 수 있겠나"라는 취지로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한 전직 법원장은 "익명게시판에 대해 전해들었는데 이전의 사법개혁 움직임과 비교하면 남 탓만 마음껏 하겠다는 무책임한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관회의가 논의한 사법개혁 의견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부장판사는 "법관회의 진행 절차가 마음에 안 든 점도 있었지만 홍역을 치르면서 정리되고 다듬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법관은 "법관회의 상설화 논의도 다수 판사들 뜻을 반영한 것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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